국제 유럽

트럼프의 '돈바스 자유경제구역' 카드…"러에 기운 영토 쪼개기"

뉴스1

입력 2025.12.12 10:31

수정 2025.12.12 10:32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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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윤다정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 중인 동부 요충지를 '자유경제구역'(free economic zone)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평화협상의 최대 난제인 영토, 그 중에서도 핵심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문제의 타협안 성격이다.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 요구와 같다. '자유경제구역'이라는 명칭은 영토 포기라는 쓴 약을 경제적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칭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자유경제구역 구상은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대신 러시아군도 진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구역을 누가 통치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구역이 안전보장 없이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상태로 남겨지면 러시아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침투하거나 무력으로 점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안은 표면상 영토 교환의 형태를 띠기는 한다.

러시아 또한 북동부 하르키우·수미·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서 점령한 일부 지역을 반환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들은 러시아가 2022년 헌법까지 개정해 가며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에 편입한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에 포함되지 않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 거래는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면적만 봐도 그렇다.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에서 약 5000㎢를 포기하고 루한스크에서 45㎢를 양보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 같은 주요 도시가 포함된다.

러시아는 하르키우주에서 약 2000㎢, 수미주에서 약 300㎢,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에서 약 450㎢, 체르니히우주에서 약 20㎢를 반환하도록 돼 있다. 러시아가 반환해야 할 영토는 약 2770㎢로 우크라이나가 물러나야 하는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전략적 요충지인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서는 철수하지 않고 현 전선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동부 핵심 방어선에서 손을 떼고 북동부 일부 영토만 돌려받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구상을 "불공정한 타협"이라고 표현하며 "한쪽이 철수한다면 다른 쪽도 같은 거리만큼 물러나야 한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영토 양보와 같은 중대한 결정은 대통령 개인이 아닌 국민투표와 같은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마스까지 합의를 도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간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