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한지명 기자 =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12일로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철회 배경에는 정년퇴직·결원 인력 보강을 위한 820명 신규채용과 임금 3%대 인상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측이 내놓은 진전된 합의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면서 총파업 선언 두 시간여 만에 협상은 극적으로 뒤집혔다. 우려했던 연말 지하철 교통대란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서울교통공사와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는 이날 오전 6시쯤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제5차 임단협 본교섭'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측은 전날 오후 1시부터 이날 오전 3시 30분까지 장시간 실무교섭을 이어갔으나 끝내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가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시와 사측이 진전된 추가 제시안을 내놓으면서 오전 5시 35분쯤 협상을 재개, 결국 합의에 도달했다.
인력 충원·임금 인상 등 핵심 쟁점 대부분 노조 요구 반영
핵심 쟁점이었던 인력 문제는 노사 간 정년퇴직 인원 충원과 결원 인력 확대 채용에 접점을 이뤄 82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노조가 요구해 온 1000명 이상 충원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서울시가 승인한 서울교통공사 채용 승인 인력 289명을 상회해 최소 충원 기준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세훈 시장이 2026년까지 2200명 감축을 발표한 이후 매년 신규 채용을 중단해 와 노사 간 갈등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노조는 잘못된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고 인력 감축을 막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인 임금 인상 문제는 노조 요구안이 사실상 반영됐다.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이 올해 3%로 제시된 가운데 노조는 지난해 임금 삭감으로 1.8%까지 떨어진 인상률을 3%대로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나 시의 추가 인건비 지원이 없을 경우 정부 인상 지침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맞섰던 사측은 최종 합의안에서 임금을 3%대로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향후 기본급 외 각종 수당의 반영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도 진통을 겪고 있는 통상임금 산입 문제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대법원판결과 고용노동부 회신에 따라 통상임금 항목 확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1~4호선과 5~8호선 승무원 간 임금체계 일원화 문제에 대해서도 진통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첫차 시간을 30분 앞당기려는 사측의 요구도 교섭 막판까지 이어진 쟁점이었다. 노조가 심야 점검시간 축소로 안전관리 공백이 발생한다며 반발하면서 결국 합의안에서는 제외됐다. 사측이 유급휴가 일부를 사실상 무급인 '촉진연차'로 전환하려 한 데 대해서도 노조는 근로조건 악화와 임금권리 후퇴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사측이 물러서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공사 전체 조합원의 약 60%를 차지하는 1노조에 이어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MZ노조'로 불리는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와도 이날 오전 6시 35분과 오전 7시 10분께 임단협 교섭을 잇달아 타결했다.
임단협은 일단락…인력감축 논란은 계속될 듯
노사가 올해 진통 끝에 협상에 이르렀지만 서울시와 공사의 인력감축 경영 계획을 두고는 향후 양측의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의 '총인건비 제도'가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김진환 1노조 소통실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정부가 매년 인건비 총액을 미리 정해두고 그 안에서 인력을 운용하라고 하다 보니 재원이 반복적으로 잠식된다"며 "올해도 정부가 3%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실제 예산은 1.8%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연차수당 이월 등 내부 재원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총인건비 제도를 개선하거나 폐지해 기관별 예산 운용의 자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장 인력 운영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정년퇴직자가 급증하는 반면 신입사원 이직률이 높아 인력 공백이 상시화되고 있으며, 대규모 노선 중심의 성과평가 체계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정된 재원 안에서 직군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노사 간 갈등뿐 아니라 노조 내부 갈등까지 발생해 합의 이후에도 이행이 순조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시민의 일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했다"며 "앞으로 노사 간 성숙한 대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의 노사문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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