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이 다시 유족 손을 들어주자, 일본 정부가 항의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일본 외무성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그동안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개별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제시한 제3자 변제 해법에는 지지를 표명해 왔다.
제3자 변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제철도 이번 판결과 관련해 "소위 한국인 징용공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전날 사망한 강제노역 피해자의 자녀 정모씨 등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가족은 강제징용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생전에 1940년~1942년 일본 이와테(岩手)현의 제철소에 강제 동원돼 피해를 봤다고 진술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은 2억여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제징용 손배소의 핵심 쟁점은 소멸시효 기산점이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다만 권리 행사에 '객관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을 경우, 그 장애가 풀린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한다.
이 사건 1심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2012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시점으로 보아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미 2012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해 원심을 파기환송했고, 2018년 전원합의체 재상고심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또 2023년 12월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가족이 제기한 이른바 '2차 소송'에서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해 피해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피해자와 유족의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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