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제주 4·3 유족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고(故)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정부를 향해 "민간인 학살 가해 책임자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반역사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제주4·3범국민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1948년 5월 박진경은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후 제주도민을 강경 진압했다"며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 명을 모두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하며 4.3 초기 국면에 주민학살까지 병행되는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훈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법 절차에 의한 처분이라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며 "수많은 제주 4.3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유족의 아픔을 짓밟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2.3 내란 청산의 한가운데서 4.3 민간인 학살 가해 책임자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반역사적 행위"라며 "군인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박진경 같은 학살 책임자의 국가 예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고, 국가유공자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훈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12.3 내란의 올바른 종식을 위해 학살자를 국가유공자로 만드는 지금의 국가유공자법은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학살자가 유공자가 될 수 있는 유공자 제도를 개혁하고, 이에 앞서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지정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4·3 당시 조선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초토화 작전 등으로 수천 명의 도민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했다.
보훈부는 지난달 4일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했다. 박 대령의 유족은 지난 10월 20일 서울지방보훈청에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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