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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외국인과 연기금이 최근 일주일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차였다. 양대 수급 주체가 공통으로 순매수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구조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기업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현대차를 4046억원 순매수하며 전체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담았다. 이어 △SK하이닉스(3799억원) △삼성전자(3741억원) △에코프로(3616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8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연기금도 같은 기간 현대차를 1151억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모비스(96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8억원) △삼성전자우(395억원) △기아(38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두 축이 동일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차 주가는 이 같은 수급 개선에 힘입어 5일 장중 11% 넘게 급등했고, 이후에도 신고가 근처에서 거래되며 강한 탄력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업계가 현대차를 강하게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 완성차 기업을 넘어 AI 기반 제조, 로봇,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32% 상향한 45만원으로 제시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로보틱스 모멘텀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현대차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로봇 양산 본격화로 매출 효과(약 68조원 추정)와 인건비 절감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더 강화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의 정체성을 ‘AI 기업’으로 규정했다. 목표주가도 40만원으로 17.6% 상향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휴머노이드 로봇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출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AI 기업으로서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장을 확보하고, 6조원 규모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물리적, 디지털 AI 인프라를 모두 갖춰가는 단계”라며 “이동형 로봇 'MobED' 공개 이후, 2026년 휴머노이드 3세대 및 SDV 플랫폼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38만원으로 상향하며 중장기 밸류에이션 개선 가능성에 주목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New Atlas’는 2026년부터 현대차 미국 공장(HMGMA)에 시범 투입될 예정이며, 이는 기존 생산 체계를 완전히 바꿀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할 경우 현대차의 실질 지분가치는 최대 1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현대차 기업가치 상승의 강력한 트리거”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AI, 로봇, 자율주행의 결합 구조가 강화되면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6배대에서 토요타 수준(10~11배)으로 근접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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