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시총 420조 SK하이닉스가 작전주?"…시장경보제도 실효성 도마

뉴시스

입력 2025.12.12 14:44

수정 2025.12.12 14:44

투기·시세조종 막으려 도입됐지만 대형주 발목 "체급 고려 않아 가격 왜곡"…제도 지적 잇따라 차등론, 정성평가 등 개선 의견…거래소 "검토 중"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0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전날 대비 7.1% 상승하며 55만8000원에 사상 최고가로 마감한 SK하이닉스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5.10.29.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0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전날 대비 7.1% 상승하며 55만8000원에 사상 최고가로 마감한 SK하이닉스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5.10.29.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이 420조에 달하는 SK하이닉스가 이례적으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작전 세력의 시세 조종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변화된 시장 환경과 기업의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한 채 기계적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시장경보 제도는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3단계로 나뉘어 지정된다.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3년 도입됐다.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던 과거 국내 증시에서 특정 테마주가 이유 없이 폭등하는 투기적 장세를 막고, 시총이 작은 중소형주 관련 소수 자금으로 주가를 띄우는 시세 조종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거래소가 최근 SK하이닉스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며 촉발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SK하이닉스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는데, 1년 전 종가 대비 주가가 200% 이상 상승하고 최근 15일 종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사유다. 지난 10일 SK하이닉스 종가는 58만7000원으로 1년 전(17만400원) 대비 244% 올랐다. 앞서 거래소는 SK하이닉스에 대해 초장기 상승·불건전 요건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세 차례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체급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행 제도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시가총액 1000억원 규모의 소형주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급등하는 현상과 420조 규모의 시총 2위 글로벌 기업 주가가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힘입어 상승하는 것을 동일 선상에 놓고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 독점적 지위와 실적 점프라는 명확한 상승 동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주가 급등을 이유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정상적인 기업 가치 평가 과정이 투기판으로 매도됐다는 지적이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시 패시브 자금 유입이 제한되거나, 신용융자 매수가 막히게 된다. 해당 종목 매수시 위탁증거금 100% 내야하고 10거래일 동안 대용증권 지정 제외, 신용융자 매수가 금지된다.

이로 인해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상관 없이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가 왜곡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SK하이닉스 주가도 투자경고 종목 지정 사실이 알려진 전날 3% 이상 떨어졌다.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 조치를 내린 종목은 51개로 전년 지정 건수(40)보다 높다. 지정 횟수는 72건에 달해 전년(44건) 대비 63% 급증한 상황이다.

코스피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감안할 때 유사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이 상당한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제도를 유연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코스피200에 포함되거나 일정 규모 이상 시총 보유시 주가 조작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종목 지정 요건인 상승률 기준을 완화하거나 지정 예외를 두자는 차등 적용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거래소 역시 종목 지정 요건을 단순 수익률이 아닌, 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기준으로 변경하고 시총 상위종목을 제외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종목 지정에 정성적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주가 상승률만 따질 것이 아니라 상승 사유가 실적 개선이나 대규모 수주 등에 기반한 것인지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SK하이닉스 같은 경우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 상승이 이뤄져왔고, 그 과정에서 변동폭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기계적으로 종목을 지정하게 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 펀더멘털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 정성적인 판단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방향성이 될 것"이라며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