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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던진 질문…비기축국 한국의 생존 조건[기자수첩]

뉴시스

입력 2025.12.12 15:33

수정 2025.12.12 15:45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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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면 한국은 경제 위기로 가요. 미국의 관세와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조건 관세를 선택한다고 강하게 나갔죠"

한미 관세협상 당시 실무진으로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306억 달러인데, 미국이 처음 요구한 직접투자금액은 외환보유액의 81%에 달했다.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을 두는 선에서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이는 외환보유고가 우리 경제에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기축 통화국인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위기를 견디는 방패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환율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서 장기간 내려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금리와 해외투자 등 대외적 요인이 작용해도, 원화가 충격에 취약하고 약세가 장기화하는 건 구조적 신호에 가깝다.

고환율은 양면성을 가진다. 수출 기업엔 유리할 수 있지만 원자재와 에너지 등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원가부담을 높인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자산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91억3000만 달러(약 13조4000억원)를 순매도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검토, 한국은행-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연장, 수출기업의 해외투자와 환전흐름 점검, 금융회사의 환전 실태 점검 등 정책수단이 총동원됐다.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를 막고 달러 유동성을 높이기 위함인데, 내년부터는 연간 200억 달러의 대규모 대미투자도 본격적으로 집행돼 달러 유출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외환시장 안정 협력이 명문화됐지만, 고환율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는 내년에 1.8%+α 성장률을 이루고, 한국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7년까지는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재정 지출 확대는 경기를 부양하지만 동시에 원화 유동성 증가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환율을 조정하는 정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환율 안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달러 쏠림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환율 방어는 취약한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되살려 원화 가치를 높이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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