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미국 본사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로펌에 미국 소송은 진행하지 않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위자료가 더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소송 참여자는 위임 계약을 취소하고 미국 소송을 진행하는 로펌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개인이 받게 되는 배상 금액 등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패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을 상대로 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 등의 참여자를 모집해 소송 대리하는 A 로펌에는 최근 △'미국 법원에 쿠팡 모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로펌도 있던데 그 소송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미국 법원에 소 제기 계획이 있는지' △'국내 법원보다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것이 손해배상 금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등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B 로펌에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곳으로 옮기고자 한다"며 이전에 체결한 국내 민사소송 등에 대한 위임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참여자까지 나왔다고 한다.
앞서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법인인 미국 로펌 SJKP는 지난 8일(현지시각) 쿠팡 모기업인 쿠팡 아이엔씨(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륜은 국내에서의 소송을 위임하면 미국 소송도 자동으로 병행해 진행하고, 미국 소송에서 별도의 착수금이나 추가 비용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대륜은 미국의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 개시) 제도를 활용해 본사의 이사회 회의록, 보안 투자 결정 내역, 보고 체계 등 내부 자료를 확보해 미국 본사의 관리·감독 책임 등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앞서 미국에서 진행된 기업 상대 집단소송 등에서 합의금, 손해배상 액수가 국내에서 인정될 수 있는 규모보다 컸다는 점에 방점이 찍히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미국 소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거주 소비자의 경우 미국 법원에서 관할권이 문제될 수 있고,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개인이 받게 되는 보상 금액이 적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태원 LKB평산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집단소송제도가 있어 원고로 이름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합의금은 전체 금액이 정해져 있어 피해자 1인은 그 한도 내에서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2017년 해킹 사건으로 1억4300만 명의 신용정보가 한 번에 유출된 미국의 소비자 신용평가사 에퀴팩스는 7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했는데, 실제로 한 사람에게 지급된 금액은 14.9달러였다.
정 변호사는 "미국 소송에서 책임 인정이 쉬워 보이지는 않다"며 "디스커버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할 수는 있겠으나 모회사가 미국에 있어도 한국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모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미국 법원에서는 인적, 물적 관할이 먼저 인정돼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단하기로 했더라도 디스커버리 절차까지 들어가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국내에서 진행되는 소송보다 결론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국내 소송을 포기했다가 미국 소송에 걸리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시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금 더 빠른 피해 보상을 위해선 국내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무조건 국내보다 위자료 액수가 많이 나온다고 볼 순 없다"며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 국내보단 높은 금액의 위자료 판결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인정되지 않으면 아예 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법률 비용이 상당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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