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느껴지는 지프 DNA...오프로드 아이콘 '랭글러 루비콘 41' [기똥찬 모빌리티]

4L 모드와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으로
험로 주행서 자신감..."주행 본능 깨워"
아스팔트 위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
안정된 직진성에 출퇴근 무리 없이 소화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사진=김동찬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사진=김동찬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사진=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비포장 길 초입.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마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굵은 자갈의 터프함이 타이어를 통해 발바닥까지 전달된다. 차체 바닥에서 올라온 둔탁한 진동도 하체로 퍼진다. 아스팔트 위에서 숨겨둔 본능이 흙먼지를 만나 한 겹씩 벗겨진다. 거친 질감의 아이콘, 지프의 랭글러 루비콘이다.

지프 랭글러는 크게 스포츠, 사하라, 루비콘 세 가지 모델로 나뉜다. 이 중 루비콘은 오프로드에 특화된 모델로, 전장 4800㎜, 전폭 1940㎜, 전고 1865㎜의 크기를 자랑한다. 공차중량은 2185㎏에 달한다. 사각형 실루엣과 독특한 세븐 슬롯 그릴은 지프 특유의 당당함의 상징이다.

이번 시승차인 ‘루비콘 41 에디션’은 출신부터 다르다. 차명에 새겨진 숫자 41은 윌리스 MB가 세상에 나온 1941년이자, 군용차에 입혀졌던 올리브 드랩 컬러 코드를 의미한다. 국내에는 루비콘 2도어·4도어, 파워탑 등 50대 한정으로 판매됐고, 차체 곳곳에 박힌 ‘41’ 배지와 밀리터리 디테일이 일반 랭글러와는 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사진=김동찬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사진=김동찬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사진=김동찬 기자.

오프로드 주행의 백미는 '4-LO 모드'다. 트랜스퍼 레버를 깊게 당겨 4L에 거는 순간, 차는 다른 성격을 드러낸다. 회전수는 조금 올라가지만 속도계 바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신 차체가 흙길을 꽉꽉 눌러 밟고 앞으로 기어간다. 굴곡진 노면에서 차체가 한 번씩 비틀려도 불안감이 아닌 ‘아, 이래서 지프구나’ 하는 확신이 쌓인다.

완만한 내리막에선 목표 속도(1~8km/h)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셀렉-스피드의 존재감이 확실하다.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고 스티어링 휠만 가볍게 쥐고 있어도, 차가 알아서 속도를 정리하며 굴곡을 타고 내려간다. 모래가 섞인 흙길과 자잘한 자갈을 커다란 타이어가 꾹꾹 찍고 지나간다. 비탈을 오르내리며 몇 차례 반복해보면, 오프로더 입문자라도 금세 감을 잡게 된다. 차가 먼저 노면을 읽고, 운전자는 뒤에서 따라가는 느낌에 가깝다.

아스팔트로 돌아오는 순간, 랭글러는 또 한 번 성격을 바꾼다. 박스형 차체와 오프로더 전용 타이어 탓에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분명히 들려온다. 고속도로에 오르면 A필러와 사이드미러 주변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도심 구간에선 요철을 지날 때마다 서스펜션이 노면 정보를 거의 그대로 올려보낸다. 조용하고 매끈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낯설 수 있는 감각이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운전석 시야. /사진=김동찬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운전석 및 조수석. /사진=김동찬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41 에디션 1열 내부. /사진=김동찬 기자.

그런데 스티어링휠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차체 거동도 이전 세대 랭글러에서 느껴지던 ‘둔탁함’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쪽에 가깝다. 차선 중앙에 차를 세우고 100km/h 안팎으로 달리다 보면, 높은 차체와 네모난 실루엣을 감안해도 직진 안정성이 의외로 괜찮다. 2박 3일 동안 고속도로와 도심을 오가며 출퇴근, 장보기, 시내 약속까지 모두 소화해 보니 “생각보다 데일리카로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선다. 다만 공인 복합 연비가 L당 7km 안팎에 머무는 점은 고려해봐야 할 지점이다.

실내는 겉모습과 달리 ‘현대차’에 가깝다. 대시보드 중앙의 12.3인치 터치스크린에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가고, 스마트폰 연동과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메뉴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운전대와 시트에는 열선이 깔려 있어 겨울철에도 부담이 없고, 프리미엄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크게 올려보면 ‘군용차 후손’이라는 출신은 잠시 잊게 된다.

랭글러는 타협이 선택에 가까운 모델이다. 비포장길만 보이면 일부러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 주말마다 산과 강·계곡을 찾아다니는 사람, ‘지프의 원형’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겐 이보다 더 선명한 답이 없다. 주차장에 세워둔 순간부터 주말의 목적지를 바꾸게 만드는 차다.

모든 트림 선택이 가능한 랭글러 ’41 에디션은 루비콘 2도어 하드탑 8070만원, 루비콘 4도어 하드탑 8490만원, 루비콘 4도어 파워탑 8740만원, 사하라 4xe 파워탑 1억220만원이다. 총 50대 한정으로 트림별 수량이 제한적이라, 자세한 내용은 전국 지프 전시장에 문의하면 된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84년 전 전천후 주행 성능과 실용적인 디자인, 강인한 내구성으로 브랜드의 명성을 확립한 윌리스 MB에 헌정하는 ’41 에디션을 새해 첫 에디션으로 선보이는 것은 ‘브랜드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지프로서 매우 의미 있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며 “이번 에디션을 시작으로 고객들이 열광할 만한 다양한 컬러 에디션을 연중 상시 선보일 계획이니 많은 기대 부탁한다”고 말했다.

[e-mail]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