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승환 박소은 임세원 홍유진 기자 = 국민의힘은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돌입했다.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내세운 국민의힘에 더불어민주당은 "이자는 잠을 자지 않고 늘어난다"며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개정안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33분경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약 2시간 56분간 발언했다. 이 의원은 "심도 있는 토론과 숙의 없는 입법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씀드리겠다"며 "입법권이란 국민 삶에 미칠 영향을 치열한 검토 끝에 책임 있게 규범을 만드는 권한"이라고 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대출금리 산정 시 추가하는 '가산금리' 항목에 일부 비용을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대출금리 산정 시 지급준비금·예금자보험료·각종 보증기관 출연금을 가산금리에 포함하는 것이 금지되고,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출연금도 반영 비중도 50%로 제한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은행법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산자위·정무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법안 처리가 가로막히자, 이를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를 겨냥해 "국회는 협치의 장이기보다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터로 전락했다"며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결정되지만 다수결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토론으로 시작하고, 설득으로 성숙시켜 비로소 다수결로 정리됐을 때만이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금융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고 금융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맞받았다. 민 의원은 은행법 개정안의 발의자이기도 하다.
민 의원은 "우리는 잠을 자더라도 이자는 잠을 자지 않고 늘어나는 괴물"이라며 "금융 소비자는 계약의 주체가 아닌 그저 통보받는 대상일 뿐이다. 그저 은행이 정하니까 그런 줄 알고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이 선택지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것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시장에선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약자만 계속 손해 보게 된다"고 피력했다.
국회는 다음 날(13일) 오후 3시 34분 이후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 34분경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종결 동의서가 제출된 때로부터 24시간 뒤 표결이 열리고,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