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출범은 문명사적 전환"…50돌 맞은 문학과지성사

12일 한국프레스센터서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 기념식' 이광호 대표 "우리 모두 문학의 주인·손님…앞으로도 문지를 채워줬으면"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2025.12.12. [e-mail]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문지)가 오늘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5년 12월 12일 창립한 문지는 동아일보 기자였던 김병익이 문학평론가 김현, 김치수, 김주연과 합심해 설립한 출판사다.

앞서 1970년 김병익, 김현, 김치수, 김주연의 네 명이 모여서 만든 계간지 '문학과 지성'이 첫 시작이었다.

이후 1974년 김병익이 한국기자협회장을 맡으며 언론 자유에 힘쓴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됐고, 1년 뒤 해직됐다. 해직 후 그가 계간지를 함께 창간한 문인들과 문지를 설립했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학과지성사 창사 5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이광호 문지 대표와 창간 동인 김주연을 비롯해 지난 반세기 동안 문지와 함께해 온 문인,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이 예정됐던 김병익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서울=뉴시스] 문학과지성사 창간 동인. 왼쪽부터 김현,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 문학평론가.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5.12.12. [e-mail] *재판매 및 DB 금지

문지는 창립 이듬해인 1976년 첫 책 홍성원 단편집 '주말여행'과 조해일의 장편소설 '겨울여자'를 펴냈다. 같은 해 '최인훈 전집'을 기획·발간했고, '광장/구운몽'을 출간했다.

문지는 '문지 시인선'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현재까지 600여 권이 출간됐는데 그 시작은 1978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시인선이 기획됐고,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가 출간됐다. 이 해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출간되기도 했다.

창립 이후 3500여 종의 책을 펴냈고, 이중 한국문학은 2291종에 달한다. 이에 한국문학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문학과지성'이 폐간됐고, 8년 후 오늘날까지 유지된 계간지 '문학과사회'로 복간됐다.

이 대표도 이날 이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새로운 이름, 제호를 갖게 되면서 편집위원도 새로운 세대에게 이양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또 기억에 남는 순간을 2018년을 꼽았다.

이때는 '문지문화협동조합'이 탄생한 시기로, 문인 45명이 보유하고 있던 문지 주식을 협동조합에 지분을 넘겼다. 이 대표는 "이로 인해 문지는 개인적인 지분을 누구도 갖지 않는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문학적 우정의 장소, 공동체라고 말하고 싶다. 문학에 비유해서 우리 모두 문학에 관해 주인이자 동시에 손님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공간, 장소를 새로운 작가와 독자가 채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문학평론가는 "1975년 문지 출범은 당시 한국의 지성사회가 한 몸으로 요구한 공동탄생이며 문명사적 전환이 든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서울=뉴시스] 1970년 계간 '문학과지성' 창간호. (사진=문학과지성사 제공) 2025.12.12. [e-mail]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기념식에 불참한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녹음된 음성을 통해 "그때 우리는 문학이요, 지성이요 높이 외쳐 불렀지만 시대가 지난 오늘 우린 이제 밝은 그러나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문학이요 지성이요 인사를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소설가 임철우·한강·편혜영과 강금실 변호사,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이 영상으로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앞서 문학과지성사 통합 시상식이 개최됐다.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인 김사라와 문지문학상 시 부문 유선혜, 소설 부문 서장원에게 상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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