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PC·스마트폰 필수 부품인 램(RAM) 가격이 치솟고 있다. 32GB 램 하나를 최대 7배 이상 비싸게 파는 사례까지 등장하자 PC·스마트폰 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스크톱용 G.스킬 트라이던트 Z5 네오 RGB DDR5-6000 C30 32기가바이트(GB) 키트는 최근 이베이에 836.54달러(약 124만원)에 올라왔다.
이 제품은 2년 전만 해도 117.99달러(약 17만원)에 판매됐고, 최근 몇 달 전까지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가격은 순식간에 429.99달러(약 63만원)까지 치솟았고 일부 되팔이들이 여기에 2배가 넘는 웃돈을 붙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나와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6월만 해도 15만9320원이었으나 현재 58만103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정가만 3.6배 이상 뛴 것이다.
이베이에서 실제 판매된 내역을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노트북용 메모리인 128GB DDR5 5600MHz가 900달러(약 133만원)에 팔렸고, G.스킬 DDR5 96GB를 1347달러(약 199만원)에 구입한 사람도 있다.
이 같은 램 가격 상승에 PC,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과 사양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2·4분기에는 PC 시장에서 더 큰 가격 변동이 나타날 것"이라며 "사양 축소 또는 업그레이드 연기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제조사들에 불가피한 비용 절감 조치가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급형·중급형 모델에서는 램 용량이 최소 표준 근처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업그레이드 주기도 느려질 것"이라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으로, 내년 기본 모델이 다시 4GB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전자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6 시리즈도 카메라 개선을 추진했으나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를 철회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또한 내년 1월부터 인텔의 신형 노트북용 프로세서 ‘코어 울트라 시리즈 3(팬서레이크)’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이 삼성·LG·레노버·HP·델·에이수스 등 주요 제조사를 통해 순차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 노트북의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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