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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집에서 TV나 봐" FIFA 티켓 갑질에 축구 팬들 분노... 장당 1300만 원 실화?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3 13:49

수정 2025.12.13 16:05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보다 5배 이상 폭등
한국 조별예선 최소 86만원
결승전 티켓 1280만원짜리도 있어
이번 월드컵부터 유동 가격제 도입
세계 축구 팬들 "역대급 배신" 부글부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판티노 FIFA 회장.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판티노 FIFA 회장.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돈 없으면 집에서 TV나 봐라."
축구는 더 이상 '만인의 스포츠'가 아니다. 적어도 FIFA(국제축구연맹)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계산기 속에서는 그렇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이 팬들의 순수한 열정을 볼모로 잡고 역대 최악의 '머니 게임'을 벌이려 하고 있다. "축구는 팬 없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격언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11일(현지시간) 독일축구협회가 공개한 티켓 가격표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다. 조별리그 입장권도 100만 원을 넘나든다. 일례로 한국 조별예선을 보려면 86만원 정도가 최소가다.

여기까지는 애교다.대망의 결승전은 가장 싼 자리가 616만 원, 최고가는 무려 8680달러(약 1280만 원)에 달한다. 불과 4년 전,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해 무려 5배가 폭등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야말로 '엄청난 가격'이다. 일반 직장인의 몇 달 치 월급을 털어넣어야 겨우 축구 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FIFA가 이번 대회부터 도입한다는 '유동 가격제(Dynamic Pricing)'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을 실시간으로 올리겠다는 이 시스템은, 사실상 팬들을 쥐어짜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백승호가 첫 골을 성공 시키고 있다. 뉴시스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대한민국의 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백승호가 첫 골을 성공 시키고 있다. 뉴시스

이미 일부 재판매 사이트에서는 결승전 티켓이 1만 1천 달러(약 1500만 원)를 넘어섰다. 정가가 무의미해진 '부르는 게 값'인 시장. FIFA는 암표 시장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이 직접 '공식 암표상'이 되기를 자처했다.

인기 매치업이 성사될수록 티켓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인기 팀의 경기를 보고 싶은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거나, 경기장 밖에서 서성여야 할 판이다.

유럽축구서포터즈(FSE)가 "역대급 배신"이라며 분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거짓말' 때문이다. 7년 전, 미국이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 당시 그들이 내건 공약은 달콤했다.
"최저 21달러(약 3만 원)짜리 티켓을 만들겠다"며 전 세계 축구 팬들을 현혹했다. 하지만 지금 그 21달러짜리 티켓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그것이 더욱 축구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