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내년에 유럽연합(EU)에 가입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평화협상안이 준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EU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작성해 미국에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상안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최신 협상안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7년 1월 1일 자로 EU 회원국이 된다.
이 초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제시한 평화안에 EU와 우크라이나가 첨삭한 것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비판 속에 수정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전까지 평화안에 합의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EU 측의 수정안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EU 회원국에 가입시키는 것은 가입 조건을 대폭 수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35개 항에 이르는 EU 가입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도 공식적으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EU는 회원국 가입에 정치적 고려, 일정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후보국의 실질적인 개혁 성과만을 유일한 평가 기준으로 삼아왔다.
후보국이 EU 법과 규정을 국내법으로 얼마나 잘 통합하고 이행했는지 실질적인 성과만을 따져 가입 여부를 결정해 왔다.
이 조건은 35개의 챕터(장)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은 환경, 사법, 경제정책, 경쟁법 등 특정 분야의 EU 법규와 관련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35개 협상 챕터 가운데 단 하나도 공식적으로 완료하지 못했다.
그러나 EU는 이런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위해 신속한 회원국 가입에 나설 수 있음을 평화안에서 제시한 것이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책임자 무지타바 라흐만은 “우크라이나가 2027년 1월 1일까지 EU 정회원국 자격을 확보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지적했다. 라흐만은 이어 “그렇지만 이번 약속으로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협상에 숨통이 트이고, 정책 담당자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에 관한 혁신과 신속처리를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 가입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회원국에 가입할 수 있도록 평화안 초안이 작성됐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려면 27개 EU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헝가리다.
친 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를 압박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전 EU 가입을 신청했고, 전쟁 발발 넉 달 뒤 정식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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