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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가상자산 은행 5곳 승인…제도권 진입 가속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3 05:15

수정 2025.12.13 05:14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기업에 특화된 전국 단위 은행 설립을 승인하면서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금융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규제 완화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 기존 은행권과의 긴장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12일(현지시간) 가상자산 기업 5곳에 대해 전국 단위 은행 설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가상자산 산업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보다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승인 대상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과 블록체인 결제 기업 리플(Ripple)이 포함됐다.

OCC는 전국 단위 은행을 감독하는 기관으로, 은행 인가 부여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비(非)은행 기업들의 금융권 진입 시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과 핀테크 업체들은 특수 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은행 유사 서비스 확대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OCC의 조건부 승인에 따라 서클과 리플은 이른바 '신탁은행(trust bank)' 설립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신탁은행은 전통적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사, 급여 처리 업체들이 운영해온 영역으로, 일반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OCC는 승인 기업들이 은행 설립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대 18개월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이들은 영업 개시 전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서클과 리플을 비롯한 신청 기업들은 신탁은행 인가를 받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중개 단계를 줄이고, 디지털 자산 보관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핵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기존 은행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은행의 결제·예금 서비스와 직접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서비스 자문업체 클라로스 그룹(Klaros Group)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한 기업은 12곳으로, 최근 8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날 팍소스(Paxos), 비트고(BitGo), 피델리티(Fidelity)도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기존 주(州) 단위 인가를 전국 단위 신탁은행 인가로 전환하는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은행업계 로비 단체들은 앞서 신탁은행 인가 확대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은 가상자산 기업의 은행 진입이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