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통일교 금품 로비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파생된 이번 사건으로 여야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가운데 통일교 문제를 고리로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를 펴온 더불어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파문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재판에서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민주당에도 여러 차례 어프로치(접근)를 했다"는 진술을 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이 지난 8월 김건희 특검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중진 의원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6일 SNS를 통해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민주당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강력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정치인 15명 지원" 보도에 당황한 與…전재수 사퇴까지
이에 민주당은 "조직적 불법 후원이 아니기에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으나, 8일 '정치인 15명 지원설'이 보도되며 논란은 확산했다. 야당은 "특검이 수사를 의도적으로 덮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고, 민주당은 추가로 쏟아지는 보도에 명확한 대응 논리를 세우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특검은 지난 9일 민주당 인사 관련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실명이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윤 전 본부장이 현금 3000만~4000만 원이 든 상자와 명품 시계 2점을 전달했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왔다는 보도에 전 전 장관은 "전부 허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뒤이어 윤 전 본부장이 특검 진술 과정에서 언급한 금품 수수 의혹 정치인 5명의 실명이 추가로 보도되면서 논란은 오히려 정점을 향했다. 명단에는 전 전 장관을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국민의힘의 나경원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이 포함됐다.
결국 전 전 장관은 11일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면서도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전 장관의 사의 표명 이후 다른 당사자들도 잇따라 해명에 나섰다. 정동영 장관은 야인 시절 윤 전 본부장과 10분가량 차를 마신 게 전부라고 일축했고, 나경원 의원 역시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 소지가 있었다면 특검이 지금까지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뒀겠느냐"고 반박했다.
잇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불씨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12일에는 통일교 측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강선우 의원 등을 직접 접촉하며 관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 공방으로 확전…'2차 종합특검' 주장해온 민주당은 고심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통일교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통일교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사람이 누구든, 소속과 직책을 불문하고 예외 없이 조사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와 별도로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에 "특검 흔들기와 물타기에 불과한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여러 언론에서 민주당 인사 명단이 우후죽순 쏟아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면서도 "당 소속 의원과 당원 관련 부분의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면 이 대통령의 말씀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명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외부 공세에 선을 긋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정청래 대표가 "2차 종합특검으로 미진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밝힌 점이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추가 특검을 주장하면서도 같은 특검에서 파생된 통일교 의혹을 제외할 경우 논리적 정합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을 입건해 수사를 시작했다. 나 의원과 정 장관에 대해서는 혐의가 발견돼 입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야의 정치적 셈법과 공방은 다음 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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