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한 손으로 폼롤러를 잡고 몸 근육에 힘을 줘 균형을 잡아보세요."
지난 10일 오전 9시 대구 수성구 중동에 있는 수성구보건소 요가교실.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몸을 풀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주민 10여명이 파란 매트 위에서 강사의 동작을 따라 했다. 강사가 "복부와 엉덩이에 힘을 줘 균형을 잡아라"고 주문하자, 수강생들이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요가교실 수강생 평균 연령은 75세로 대부분 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16년째 요가교실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운희 씨(69·여)는 "유방암 수술 후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보건소에 비치된 인바디로 근력량을 확인하는데, 운동을 꾸준히 하니 수치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을 잃고 나니 새삼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허리가 아파 과도한 운동은 못하지만, 요가와 걷기, 자전거 타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빼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다 1년 전 요가 교실을 찾았다"는 신기훈 씨(68)는 "아내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수업이 너무 인기라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며 웃었다.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기수별로 60명 선착순으로 모집해 연간 4개 기수를 운영하는데, (모집 시작) 2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수요 증가에 따라 하루 2차례 운영하던 수업을 3차례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수성구는 2015년부터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KHCP)와 WHO 서태평양 건강도시연맹(AFHC) 회원에 가입해 있다.
보건소 측은 지역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범물·지산권, 만촌·범어권, 범어·수성권 등 권역별로 건강교육과 운동 프로그램 운영, 금연 상담과 보조제 지원, 치매 조기 검진 등 보건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는 작년 9월 제21회 대한민국 건강도시협회 정기총회에선 "주민 참여율이 높고 지속 가능한 건강정책을 추진했다"는 평가와 함께 '혁신상'을 받았다. 최근 조선일보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공동 분석한 '한국 건강지수'에서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11위를 기록하며 대구 9개 구·군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수성구의 비만율은 30.2%로 전국 평균(32.8%)보다 2.6%p, 대구 평균(31.2%)보다는 9.2%p 낮았다. 우울감 경험률은 2.3%로 전국(5%)의 절 반 이하 수준이었다.
주민들은 "집에서 가까운 보건소와 복지관에서 언제든 운동할 수 있어 좋다" "최근 동네에 맨발 걷기 시설이 늘어 산책이 즐거워졌다"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수성구는 황토볼장 3곳, 제올레스트 볼장 4곳, 황토 마사토길 7곳, 마사토길 17곳 등 31개의 맨발 걷기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구보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 중심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유연성과 근력 개선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며 "전문 영양사가 식단 관리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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