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국립보건연 “부작용 줄이기 위한 한국형 감량 프로토콜 마련”
[파이낸셜뉴스] 국내 중증 천식 환자 가운데 약 18%가 전신 스테로이드를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 스테로이드는 증상 조절에 효과적이지만, 장기 사용 시 골다공증, 당뇨병, 호르몬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보다 체계적인 사용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중증 천식 환자의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 실태와 부작용 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내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전신 스테로이드 감량 기준(프로토콜)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준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문 학술지 Allergy Asthma & Respiratory Disease 최신호에 전문가 의견서 형태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 성인 중증천식 원인규명 및 악화제어를 위한 장기추적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진행됐다.
분석 결과, 중증 천식 환자는 잦은 증상 악화와 낮은 폐 기능, 높은 동반질환 유병률을 보이며, 유지 치료를 위해 전신 스테로이드에 장기간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국내 중증 천식 레지스트리 등록 환자 중 약 18%가 6개월 이상 전신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이었다.
문제는 전신 스테로이드를 반복적이거나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전신 스테로이드는 호르몬·대사 기능 이상을 비롯해 면역계, 심혈관계, 신경계, 근골격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골다공증, 당뇨병, 체중 증가, 감염 위험 증가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미국흉부학회(ATS) 전문가 합의문과 다국가 전문가 권고안(PONENTE) 등 국내·외 문헌을 종합 검토하고, 국내 임상 환경과 환자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전신 스테로이드 감량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해당 프로토콜은 환자의 질환 상태와 치료 반응을 고려해 스테로이드를 안전하게 줄이도록 설계됐으며, 불필요한 장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중증 천식 관리는 단순히 악화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전신 스테로이드 의존에서 벗어나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번 감량 프로토콜이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경제적 부담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도 “중증 천식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부담이 큰 질환”이라며 “전신 스테로이드의 반복 사용에 따른 장기적 건강 위험에 대한 교육은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로이드를 현명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스튜어드십’을 정착시키기 위해 과학적 근거 기반의 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번 프로토콜을 향후 국내 중증 천식 관리체계 구축과 건강보험 급여 결정의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중증 천식의 기전 연구와 바이오마커·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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