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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으려 땅 샀는데 국도 생겨 맹지 돼…여수시 20년 모르쇠"

뉴스1

입력 2025.12.13 08:16

수정 2025.12.13 08:16

여수시가 민원인과 갈등을 빚고있는 도로편입 잔여지. (제보자 제공. 재판매 및 DB제공)
여수시가 민원인과 갈등을 빚고있는 도로편입 잔여지. (제보자 제공. 재판매 및 DB제공)


(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 전남 여수시가 '도로편입 잔여지 매수 민원'을 두고 상급기관의 권고를 무시한 채 법정 다툼을 예고해 논란이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 씨(64)는 지난 2001년 여수시 덕충동에 관광단지로 지정된 토지 2000평을 매입했다.

A 씨는 관광호텔 등을 건설하기 위해 해당 토지를 매입했으나 여수시가 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국도17호선 대체 우회도로(종화~둔덕) 개설공사'를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땅 60%가량이 도로 부지로 편입되면서 남은 토지는 '맹지'가 됐다. 심지어 남은 토지에 15m 높이의 옹벽까지 설치되면서 아예 활용할 수 없는 땅으로 남았다.



A 씨는 2003년 10월 '잔여지 매수청구권'을 신청했지만, 여수시는 "담당자가 바뀌었다" "예산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매수를 차일피일 미뤘다.

2009년에는 여수시장을 면담하고 "잔여지 매입 약속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여수시는 되려 A 씨의 토지를 무단으로 3필지로 나누고 배수로를 설치했다. 별도의 행정소송 결과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결국 A 씨는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국민권익위는 여수시에 A 씨 소유의 잡종지를 매수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권익위는 "원 토지는 건축이 가능했으나 도로 공사로 인해 관광단지가 취소됐고 현재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A 씨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의결했다.

2024년에는 전남도 감사관실도 "잔여지 매수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나 나 여수시는 이마저 무시했다.

시 관계자는 "고문변호사 등과 관련 법률을 검토한 결과 당시 토지 소유자와 현재 매수신청자가 달라 잔여지 매수 의무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소형 2개 필지는 구매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매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2018년 처음 제기된 민원으로 이전에는 관련된 서류 등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권익위나 감사실 권고도 의무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올해 7월에도 직접 정기명 여수시장을 만나 민원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정 시장은 '적극행정 사전컨설팅' 등 방안을 찾아볼 것을 지시했으나 담당 부서는 '해당 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시 관계자는 "시장님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 것일 뿐이고, 검토결과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 해당 내용을 안내했다"며 "A 씨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자료를 잘 준비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는 기초지자체가 상급 기관의 권고를 무시한 채 소송도 불사하겠단 입장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타 지자체 한 공무원은 "자체적인 법률 검토와 상급 기관의 권고가 엇갈리더라도 대부분 상급 기관을 따르는 편"이라며 "민원인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박람회 때 토지가 필요하다길래 당연히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다리라더니 돌아오는 건 배신감뿐"이라며 "이젠 돈보다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도 당당한 여수시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