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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시아 파병군 '귀국 환영식' 전면 부각…김정은 연설로 파병 서사 완성

뉴스1

입력 2025.12.13 11:05

수정 2025.12.13 11:13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외작전지역에서 당의 전투명령을 관철하고 귀국하는 제528공병연대 환영식이 12월 12일 수도 평양의 4.25문화회관광장에서 성대히 진행되였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해외작전지역에서 당의 전투명령을 관철하고 귀국하는 제528공병연대 환영식이 12월 12일 수도 평양의 4.25문화회관광장에서 성대히 진행되였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참석한 러시아 파병군 귀국 환영식을 열었다. 북한이 해외작전 수행 사실을 최고지도자 주재의 '귀국 환영식'이라는 정치 이벤트로 공개한 것은 해외 파병을 국가 차원의 공식 서사로 전면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조선인민군 제528공병연대가 해외 전장에서 당의 전투명령을 수행하고 귀국했다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참석한 환영식이 전날 평양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환영식은 1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진행됐으며, 김 총비서를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성 간부, 인민군 지휘관들, 공병연대 전투원 가족과 평양 시민들이 참석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공병연대가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지난 5월 28일 조직된 제528공병연대는 8월 초 출병해 로씨야(러시아)련방 꾸르스크주(쿠르스크)에서의 공병 전투 임무 수행에서 혁혁한 전과를 쟁취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보도를 통해 해외작전 수행 사실을 가장 강력한 정치 이벤트인 김정은 참석 '귀국 환영식'으로 전면화했다. 앞서 '해외전투 위훈기념관 건설' 보도를 통해 해외전투를 이미 과거의 위훈이자 기념의 대상으로 선제 정리한 뒤, 이번에는 실제 부대와 병사들을 무대 중앙에 세워 귀환 장면을 연출하는 단계적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이번 환영식은 단순한 복귀 행사가 아니라 김정은의 직접 연설, 전사자 추서와 훈장 수여, 유족 위로까지 포함한 종합적 정치 의식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북한은 해외작전을 일시적·예외적 사건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공식 역사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해외출병·해외전장·전투·전사자 발생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간 모호하게 관리해온 해외 군사개입을 공개·인정의 단계로 끌어올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이 해외 파병을 더 이상 숨길 사안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정당화해야 할 국가 행위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장면0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위훈기념관 건설 이후 귀국 환영식을 전면에 내세운 흐름에 주목하며 "해외전투를 먼저 '위훈'으로 정리해 기억의 틀을 만든 뒤, 귀환 장면을 통해 실제 병력과 희생을 국가 서사 안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연설에서 "모두가 돌아와 마음이 놓인다"며 120일간의 기다림을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는 해외 파병에 따른 내부 불안과 희생을 지도자의 책임과 부성적 이미지로 흡수함으로써 군과 주민 사회의 동요 가능성을 관리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임 교수는 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참가자들이 대거 참석한 환영식이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열렸다는 점을 들어 "군사 우선 노선을 재확인하고 핵심 군 엘리트들의 충성을 결집하는 동시에, 향후 해외 군사활동이나 대외 군사협력을 이미 '성공적인 위훈'으로 규정하려는 사전 정당화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훈기념관에서 귀국 환영식, 김정은의 연설·훈장·추모로 이어지는 보도 흐름은, 해외작전을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조선인민군의 새로운 전통이자 반복 가능한 국가 행위로 정당화하는 정치적 서사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