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차가운 곳에 계셨던 매몰자들을 더 빨리 꺼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소방 특수구조대 소속 구조대원 A 씨는 13일 낮 12시 20분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마지막' 매몰자 시신을 수습한 뒤 현장을 빠져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밤새 소방대원들을 괴롭힌 추위와 추가 붕괴라는 악조건보다 매몰자의 소식을 기다릴 가족들의 생각만 했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이번 사고로 지상 2층부터 지하까지 일제히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물 사이에서 그간 매몰자 4명을 찾는 데 총력을 다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당일이던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붕괴 현장에 매몰자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수색·구조에 가용 인력을 총동원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은 535명, 장비는 220대, 구조견은 9마리다. 경찰과 유관기관을 포함하면 총 1060명이 현장에서 매몰자 수색·구조에 매달렸다.
소방대원들은 사고 당일 대형 구조물 등 때문에 현장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얽히고설킨 철골 구조물 사이를 헤집으며 매몰돼 있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B 씨를 찾아냈다.
대원들은 또 같은 날 오후 2시 53분쯤엔 또 다른 매몰자 C 씨 위치를 육안으로 확인했다. 이에 대원들은 구조물 사이에 끼어 있던 C 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절단기로 철근을 일일이 끊어가며 길을 냈다.
이번 사고로 붕괴한 건축물은 길이가 48m, 폭이 20m 규모에 달한다. 게다가 콘크리트 타설 중 발생한 사고인 데다, 한파특보까지 발효되면서 소방대원들의 수색·구조활동을 더욱더 어렵게 했다. 사고 현장 전반에 흩뿌려진 양생 전 콘크리트가 점차 수분을 잃으면서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와 철골 사이의 접착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대원들은 호미로 콘크리트를 일일이 긁어내야 했다.
아울러 당국은 구조견과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투입해 당시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던 매몰자 2명을 수색하는 동시에 공사 현장 근로자 진술을 토대로 이들 매몰자 위치를 특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 사이 사고 소식을 접한 매몰자 가족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체력 소모 속에서도 철야 작업을 이어갔고, C 씨를 발견한 지 5시간 20여 분 만에 그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매몰자 2명은 밤샘 수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현장의 추가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며 소방대원들은 12일 오전 9시 20분쯤 수색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당국은 와이어와 지지대를 이용해 사고 현장 일대의 트러스트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등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18시간 만에야 종료됐다.
이후 현장엔 콘크리트 더미를 치우기 위한 중장비가 투입됐고, 소방대원들도 절단기로 다시 철근을 잘라가며 매몰자 수색을 이어갔다. 매몰자 D 씨는 이날 오전 1시 3분쯤 발견돼 수습됐고, 사고 당시 지하 1층에서 배선 작업을 하다가 매몰된 E 씨 또한 이날 장애물 제거 작업 중 발견돼 낮 12시 31분 그 시신이 수습됐다.
최정식 광주서부소방서장은 "도시탐색구조견, 생체 신호 탐색 장비 등을 투입해 야간, 악조건에서도 24시간 교대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사고 발생 48시간 만에 모든 수습이 마무리됐다"며 "현장에서 애써준 모든 소방대원에 감사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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