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직 불법이라 불안하죠" 문신사법 시행 유예 속 애타는 타투이스트들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7 14:10

수정 2025.12.17 14:10

타투이스트 35만·문신 인구 1300만 시대
지난 9월 여야 합의로 문신사법 통과됐지만
시행 2년 유예돼 불법 신분 유지돼
복지부, 수사·사법 기관에 협조 요청 계획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2021년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2021년 5월 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문신시술로 인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문신사법이 제정됐음에도 시행 유예기간 동안 불법 신분에 머무르는 타투이스트들(비의료인 문신 시술자)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법적 정리도 일단락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사법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1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문신 시장 규모는 최대 3조원으로 평가되며 이용자는 1300만명을 넘어섰다. 타투이스트도 35만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이후 줄곧 처벌 대상에 놓여 왔다.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간극 속에서 문신 시술을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고, 그 결과 문신사법이 지난 9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신사법은 타투이스트의 △국가 공인 면허 취득 △개설 업소 등록 △위생·안전관리 교육 이수 의무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법의 효력이 오는 2027년 10월에 개시된다는 것이다. 이날 영업 현장에서 만난 타투이스트들은 법 시행까지 남은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여전히 단속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불안을 호소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 이상 타투숍을 운영한 박모씨(43)는 "문신사법 통과로 일제 단속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손님 한 명이 앙심을 품고 신고라도 하면 결국 수사 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며 "'그대로 불법'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도록 정부가 유예기간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30대 김모씨도 "손님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직 불법이니 혹시 모를 단속과 처벌 위험에 불안하다"며 "SNS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지 못한 채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혹시 유예기간에 처벌받으면 나중에 면허 취득 조건을 못 맞출지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타투이스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문신사법이 제정됐음에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벌금형 이상의 구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북부지법에서 검찰은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에게 2심에서도 동일한 형량을 구형했다. 또한 대법원 차원의 새로운 법리 정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손익곤 법무법인 인사이트 대표변호사는 "지금도 민원이나 제보가 생기면 관계 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할 텐데, 전국의 모든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무죄 취지로 일관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다수가 여전히 유죄고 가뭄에 콩 나듯 무죄가 선고돼 기사화되는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한 사건 중 5년 넘게 끝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투이스트 단체들은 안심하고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 유예기간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준수 대한문신사중앙회 부회장은 "정부와 민간단체 간 논의가 부족하고 새로 고지받은 사항도 없다"며 "자체적으로 기존 민간 자격증 취득자를 대상으로 위생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처지다. 이들을 유예기간 동안 확실히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경찰과 법원 등 관계 기관에 문신사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낼 방침이다. 또 법 시행 초기 모든 현직 타투이스트가 바로 면허를 따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최대 2년간 임시등록과 면허취득 유예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복지부는 유예기간 전용 면허 신설까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신영 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새로운 기준과 규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힘들다"면서도 "현직 타투이스트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국가 면허시험 도입 등 문신사 제도 운영을 위한 내년 예산으로 7억4000만원을 확정해 준비 중이고, 각종 가이드라인과 하위 법령 제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