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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노인까지 수백명 들어오더니...몇십채를 '턱턱'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4:11

수정 2025.12.14 14:11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빌라 경매
일반 종료 시점 2시간 지나 마무리
지연에 쉬는 시간, 집행관 교체도
10채 이상 입찰하는 사람도 있어
이달 초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경매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다. 독자 제공
이달 초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경매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다. 독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10시 전부터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사람부터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수백명으로 추정되는 인파 대부분의 목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 경매. 매수자들이 보증금 잔액을 지불할 의무가 없는 물건들이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경매는 통상적인 종료 시간을 2시간이나 훌쩍 넘어 마무리됐다. 변수가 없을 때 경매는 보통 오후 1시에 끝난다.



경매가 지연된 탓에 쉬는 시간 부여, 집행관 교체도 진행됐다. 두 상황 모두 경매에서는 이례적이다. 김주연 비젼법률거래 본부장은 "최근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 인기도가 굉장히 높다"며 "아파트에 쏠렸던 관심이 빌라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인수조건변경 빌라 경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입찰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경매에서 10채가 넘는 입찰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5채를 낙찰 받기도 했다. 경매 업계에서 '사실상 새로운 임대사업 시장이 열렸다'고 한 이유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인기가 가장 많은 물건은 재개발·재건축 빌라다. 수요가 많은 탓에 낙찰가가 감정가를 1억원 이상 넘어선 물건도 있다. 실제 이날 나온 신정동 인근 빌라는 감정가 3억4400만원에 낙찰가 4억6100만원을 기록했다. 입찰한 사람만 14명이다. 반면 외곽에 있는 빌라는 몇천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비교적 소액을 투자해서 은행이자 이상의 월세를 받으려는 수요가 여기에 포함된다.

업계는 최근 빌라 물건 가운데 상당수가 인수조건변경 관련 경매의 건으로 구성됐다고 본다. 11일의 경우에도 90% 가량이 해당 방식으로 나왔다. 임차인 대항력이 있는 일반 경매와 달리, 이 조건이 붙은 방식은 낙찰가 외에 매수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알려졌다.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받은 시세 1억원의 빌라를 낙찰 받은 경우 나머지 5000만원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HUG는 이 가운데 국세 등 선순위 변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경매) 인기가 조금씩 오르다가 10·15 대책 발표 이후 폭발했다"며 "상대적으로 소액이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 명의로 매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기가 가파르게 늘어난 만큼 주의할 점도 있다. 특히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가격이 저렴해 보인다는 점에 현혹돼 위험한 빌라에 성급하게 입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물건들은 1~2개월 이후 재매각으로 나오기도 한다"며 "신중한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