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을 '가장 주권적 국가'로 묘사하는 러시아…"'반 서방 서사'에 활용"

뉴스1

입력 2025.12.14 06:00

수정 2025.12.14 06:00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실을 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실을 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 국영 방송이 최근 북한을 '가장 주권적인 국가(the most sovereign country)'로 묘사하며 긍정적이고 존중하는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14일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이같이 분석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자국 내 여론을 상대로 북한을 전략적 파트너로 정당화하는 서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8노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TV와 친정부 성향 프로그램들은 최근 북한을 다룰 때, 과거의 빈곤·고립 이미지 대신 강력한 국가 통제력과 자주성을 갖춘 '완전한 주권국가'로 묘사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 대해서도 예측 불가능한 독재자가 아니라 국가 주권을 지키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방송은 북한의 정치·군사 체제를 서방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주권 수호 모델'로 설명하며, 서방이 북한을 비판하는 방식 자체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의 대외 인식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38노스는 이런 보도 기조가 북·러 관계의 위상 변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러시아 매체가 북한을 문제적 국가나 주변부 국가로 다뤘다면, 최근에는 대등한 전략적 파트너로 묘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과 체제 결속력을 강조하는 보도는 러시아가 북한을 실질적인 협력 상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러시아 방송은 북한의 핵무기와 군사력을 '공격성'보다는 '억지력'으로 설명하며, 이를 자국의 안보 논리와 유사한 틀로 해석하고 있다고 38노스는 지적했다. 이는 서방의 제재와 비판에 맞서 북한의 군사 노선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러시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38노스는 이러한 러시아 내 북한 서사가 국내 여론 관리용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같은 비서방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고립이 아닌 새로운 국제 질서의 축'이라는 이미지를 자국민에게 주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을 주권과 자립의 상징으로 그리는 러시아의 담론은, 향후 북·러 간 군사·정치적 협력이 확대될 경우 이를 도덕적·정치적으로 정당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38노스는 "러시아 국영 미디어에서의 북한 묘사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전쟁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어떤 국가들과 연대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이러한 서사 변화가 북·러 관계의 질적 변화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