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왔다갔다 대통령실에…청와대 하청노동자 200명 일자리 잃는다

뉴스1

입력 2025.12.14 06:01

수정 2025.12.14 09:25

대통령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작업자들이 유리창 청소를 하고 있다. 2025.12.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대통령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작업자들이 유리창 청소를 하고 있다. 2025.12.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계자들이 청와대로 이전할 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5.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계자들이 청와대로 이전할 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5.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청와대에서 일했던 용역 노동자 2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 안내·관리 인력들은 그간 '하청의 하청'으로 간접 고용됐었는데, 청와대 개방이 끝나면서 더 이상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행을 질타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집안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비정규직조차 고용 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국 공공기관 비정규직 누구도 안전한 고용을 기대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1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은 지난 9월 대통령실 노동비서관실과 면담했지만, 고용 보장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내년엔 용역노동자들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일자리를 잃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의 사용 목적이 변경되면서 올해 12월까지만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용역노동자 해고의 배경엔 '간접고용'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2022년 5월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개방했는데, 정부는 필수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청와대재단을 설립해 매년 용역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문체부가 청와대재단에 고용을 맡기고, 청와대재단은 민간 용역업체에 고용을 맡기는 '하청의 하청' 구조였단 뜻이다.

올해 기준 청와대재단이 간접고용으로 고용한 노동자는 △미화직 36명 △시설직 31명 △방호직 60명 △안내직 64명 △조경직 13명 △콜센터 13명 △홍보직 8명 등이다. 이들은 업무별로 각각 다른 용역 업체 소속이다.

결국 지난 6월 10일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재이전한다고 발표하고 8월 청와대 개방을 중단함에 따라, 청와대 노동자들도 휴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더이상 청와대에서 고용하기 어려울 경우 문체부·국가유산청 및 기타 정부 기관에 채용하는 등 고용 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행을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정부도 사실 2년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고 1년 11개월 만에 다 해고하고 계약도 1년 11개월로 하고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하고 한 달 쉬었다가 다시 채용한다. 정부가 그러면 되느냐”며 "정부가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 안내직 노동자였던 정산호 씨는 "청와대 안내 업무는 매일 수많은 방문객을 맞이하며 안전 질서 등을 책임지는 전형적인 상시 지속 업무인데도, 하청 구조 속에서 언제든 계약 종료로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며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기준을 정부의 상징 공간인 청와대에서부터 먼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간접고용으로 채용했을 때 생기는 문제는 비단 고용 불안정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은 대통령 집무실이었던 청와대에서 일하면서도 안전한 근로환경에 있지는 못했다고 호소했다. 재하청 구조 속에서 문체부, 청와대재단 등이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관리하거나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3년, 2024년 미화 용역업체가 미화노동자 34명에게 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청 진정을 통해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일이 있었다. 2025년 관람 운영 용역업체 A 사는 또 다른 업체 B 사에 재하청을 줘서 A 사 소속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단 불안감 속에서 연차 휴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외에도 관람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민원 노동자가 발생해도 대응 교육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교육, 산업재해 예방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노동자들의 전언이다.

정산호 씨는 "청와대 개방 사업은 화려한 관광 정책으로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안전 방치, 모욕과 감시에 시달려 왔다"며 "방호·안내·미화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며 폭염, 폭우, 폭설 속에서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체계적인 운영 매뉴얼도 노동자 안전을 위한 실질적 가이드라인도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업무시설 이전을 크리스마스쯤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주부터 이전을 시작했다.

한편, 문체부는 "현행법령상 고용승계는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청와대재단에서 8월 1일 청와대 개방종료로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당초 계약을 연말까지 유지하고, 그동안 용역근로자 보호를 위해 올해 계약 잔여 기간 중 근로기준법 기준(70%) 상회하는 휴업수당을 지급(80%)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