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 청년 '쉬었음' 인구 분석
대학진학률 높아지고 첫 취업 기간 길어
청년 '쉬었음' 인구 비율은 12.4%로 급증
NEET 고착화 우려…연금 가입 시점 늦어
"취업 교육 크레딧 제도 도입해 지원해야"
[세종=뉴시스] 박영주 이윤석 수습 기자 = 국내 15~29세 미취업 청년 중 약 5명 중 1명은 3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은 니트(NEET) 현상을 확대시키고 국민연금 가입 시기를 늦춰 장기적으로 연금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층의 노동시장 현황과 특징, 청년 쉬었음의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29세(청년층) 미취업자 중 3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청년의 비중은 18.9%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는 2015년 15.5%에서 10년 새 18.9%로 3.4%포인트(p) 증가했다.
경직적인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 특성상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2015년 67.5%에서 2025년 76.3%로 상승했으며 청년층 첫 취업 소요기간은 2020년 10.0개월에서 올해 11.5개월로 길어졌다. 대졸 이상 첫 취업 소요기간은 2020년 7.2개월에서 올해 8.8개월로 늘었다. 이는 청년들이 취업 준비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의 산업별 취업 추이를 보면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같은 전통 산업 비중은 줄어들고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됐다. 관리자·전문가 직군 진입은 늘었지만, 서비스 판매·단순 노무 등 저임금 직군으로의 유입도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졌다.
특별한 사유나 교육 및 직업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 '쉬었음' 인구도 2015년 39만3000명에서 지난해 59만명으로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답한 청년층 인구 비율은 2015년 6.6%에서 지난해 12.4%로 5.8%p 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10.4%까지 급증했으며 그 이후에도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학업 등을 사유로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있던 청년들이 취업이나 교육 대신 '쉬었음' 상태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크다. 쉬었음 기간의 장기화로 니트(NEET) 고착화 우려도 나온다. 니트란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취업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쉬었음 인구의 높은 비중이 니트에 해당할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유진 주임연구원은 "기업의 신규 채용 감소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이 취업 준비나 구직활동을 하다가 취업이 어려워지면 구직을 단념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을 지연하거나 구직을 완전히 단념하게 되면 생애주기 소득뿐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 시점 또한 늦어지므로 전체 가입 기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 급여액 산정에 개인 가입기간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은퇴 후 개인 연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경제활동 단절이 단순한 개인의 취업 문제가 아닌, 미래 세대의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 안정성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중장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건호 내가만든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출산 크레딧, 군복무 크레딧, 실업 크레딧 등 3가지 제도가 있는데 유럽 일부 국가는 청년이 재교육 또는 교육 훈련에 참여할 경우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한다"며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취업 교육 크레딧을 부여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군 복무 크레딧을 복무기간 100%로 확대하고,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협업해 직업 훈련 크레딧을 도입하는 등 청년 맞춤형 연금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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