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1월 시장을 짓눌렀던 외국인 매도세가 이달 들어 순매수로 급반전하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의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수급 전환이 연말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각각 3조471억원, 2조5421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5조4963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달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시장을 압박했던 상황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흐름이다.
반면 12월에는 흐름이 뚜렷하게 반전됐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삼성전자(8415억원), SK하이닉스(7914억원), 현대차(4061억원)를 순매수 상위 1·2·3위에 올리며 11월과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2679억원), HD현대일렉트릭(1629억원) 등으로 매수 종목군도 확대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관 역시 현대차(1위·3756억원)와 SK하이닉스(2위·3062억원), 삼성전자(3위·2564억원)를 중심으로 외국인과 같은 방향의 매수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 동안 두 투자 주체가 동시에 매수로 전환했던 달마다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7월·9월·10월에는 각각 5%, 7%, 19%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가 반도체 대형주와 현대차 등에 집중되는 흐름은 지수 상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D램 수요 확대와 내년 실적 상향이 이어지며 대형주 가운데 가장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 역시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로봇·전동화 중심의 신사업 기대가 부각되면서 실적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대형주 중심의 매수 흐름이 12월 반등 기대를 높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도 외국인 수급 안정과 함께 지수 상단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 매수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관세 철회에 따른 글로벌 무역 회복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중장기 기대가 이어진다면 코스피는 추가적인 상승 여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AI 섹터를 둘러싼 투자 환경은 변수로 거론된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반도체·AI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잣대가 한층 엄격해진 모습”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관련 기업들의 실적 흐름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