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항상 감사했습니다. 말씀대로 베풀며 살겠습니다."
'고려대 명물'로 알려진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가게 앞에는 그를 추모하는 흰 꽃다발이 줄지어 놓였다.
2019년 고려대에 입학해 올해 졸업했다는 노 모 씨는 가게 문 앞에 추모사를 남기기도 했다. 노 씨는 "영철 아저씨의 영철버거 덕분에 많이 도움받고 행복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오전 이 씨의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도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빈소 입구에는 화환 놓을 자리가 부족해, 근조 리본만 따로 접객실 내부에 걸어놓은 모습도 연출됐다. 학내 동아리, 졸업생, 교우회 등 고려대 각계각층에서 50개가 넘는 화환을 보내와 그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고려대 재학생 유 모 씨(20)는 "동아리 활동에 후원자이기도 하셨고 회식 때 자주 가는 곳이라 (빈소에) 오게 됐다"며 "학생들 하나하나 신경 써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학생회를 하며 영철버거를 자주 갔다는 장형공 씨(24)는 "동네 삼촌 같은 분이셨고 시험 끝나고 들르면 늘 더 챙겨주시려고 했다"며 "최근 몸이 안 좋으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되실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빈소에 조기를 보낸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큰 형님처럼 따뜻하게 학생들을 보듬어주셨던 분"이라며 "가게 앞을 지나다 보면 '밥은 먹었나'하고 물어보고 돈도 받지 않고 음식을 주셨던 기억도 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고려대가 위치한 성북구를 지역구로 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철버거와 영철 아저씨를 더 이상 안암에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하늘에선 부디 편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지난 2000년 고려대 앞에서 리어카 노점으로 장사를 시작한 이 씨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값싼 한 끼를 만들어 왔다.
개점 당시 햄버거 가격은 단돈 1000원. 그는 식재료 가격이 인상으로 적자가 났을 때도 이 가격을 고수했고, 학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씨는 값싸게 팔고 값진 것은 나눴다. 2004년부터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영철 장학금'을 만들고 고려대에 매년 2000만 원을 기부해 왔다. 학교 행사 기간에는 무료 햄버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쯤에는 가맹점 수를 40개까지 늘리며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지만 2015년쯤 경영난으로 장사를 접게 됐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고려대 학생들의 모금 활동으로 2주 만에 약 7000만 원의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씨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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