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통일교 청탁' 말 바꾼 윤영호…형량 감면 노렸다가 특검 혹 붙나

뉴스1

입력 2025.12.14 13:52

수정 2025.12.14 16:42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2025.7.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2025.7.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2025.10.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2025.10.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여야 정치인을 고루 지원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특검 수사에 협조하고 낮은 형량을 선고받기 위해 결심을 앞두고 마지막 재판에서 정치권 유착 관련 발언을 스스로 내뱉었다가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며 파장이 커지자 발언을 번복한 것으로 풀이됐다. 향후 경찰 수사와 추가 특검에 대비해 유리한 구도를 가지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통일교가 후원한 정치인 명단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낳았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가 여야 정치인과 모두 접촉하고 해당 정치인 명단을 특검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지원했다"며 "현 정부 장관급 인사 4명을 접촉했다"고 말했다.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유착 의혹에 여당인 민주당까지 의혹 대상으로 끌여 들인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놓고 세간의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언론 보도를 통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야당에서는 통일교 게이트로 명명하고 특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공세에 나섰다. 현 정부 장관급 인사를 비롯해 여권 핵심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해야 한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동시에 정치권과 유착한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한 해산도 언급했다.

통일교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윤 전 본부장은 10일 결심 공판에서 정치인 실명을 거론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깊이 반성한다는 말만 남긴채 침묵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어 12일 열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재판에서는 정치인 지원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기억이 왜곡된 부분도 있으니 충분히 그런 부분을 복기해야 한다"며 "세간이 회자하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첫 여당 정치인 지원 발언에 대해서는 특검 구형이 임박하자 과거 수사 내용을 언급해 특검을 압박한 것으로 봤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의 여권 인사 지원 발언도 대부분 윤 전 본부장 변호인의 질문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본부장 측이 나서서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을 법정에서 공개한 셈이다. 특검은 이후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 통일교를 겨냥한 이 대통령의 해산 검토 발언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통일교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침묵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당초 김건희 여사 수사에서 발단이 된 '통일교 로비 의혹' 수사는 특검이 해산하는 이달 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 발언으로 특검이 사건을 조기에 이첩하고, 경찰이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며 파장이 커졌다.

경찰은 지난 12일 윤 전 본부장이 수감 중인 구치소를 찾아 3시간가량 관련 의혹을 확인했다.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 정치인 3명 관련 내용을 집중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치자금법 1심 재판은 끝났지만, 통일교 의혹의 '정점'인 한학자 총재와 함께 기소된 정당법 위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증인 또는 피고인으로 관련 진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이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통일교가 받을 불이익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야권에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고 있어 정치적 상황을 고려 해 진술을 재차 변경, 번복할 여지도 농후하다. 여권에서는 통일교 특검 대신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들에서 피고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을 바꾸는 건 비일비재하다"며 "발언 파장이 커지자 추가 폭로 가능성을 암시하면서도 수사기관에 유리한 구도를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