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 외무성이 전 세계 모든 해외 공관에 인공지능(AI) 정책 담당관을 두기로 했다. 각국의 AI 정책 동향을 상시 파악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 AI 산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 규범 논의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가 연내 확정할 'AI 기본계획'을 외교 현장에서 구현하는 조치로, AI를 외교·안보·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1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외무성은 해외 156개 대사관과 11개 정부 대표부에 AI 정책 담당관을 1명씩 배치키로 했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일본의 AI 외교 강화는 국내 정책과 연계된 포괄적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 이후 허위 정보 대응, 데이터 보호, 안전성 확보가 외교 이슈로 부상하자 이를 외교 현장에서 직접 다루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국회 통과된 AI 연구개발(R&D) 관련법은 일본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AI 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이어 9월 공개된 AI 기본계획 초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AI 활용 쉬운 국가'를 목표로 피지컬 AI, 과학 AI, 창약 AI 등 3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민간 투자 확대와 국제 기준 연계를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 1일~2026년 3월 31일) AI 예산을 1969억엔(약 1조8700억원)으로 배정했다. 지난달에는 AI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에이전트형 AI와 로봇 기반모델 육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AI를 기술 경쟁 차원을 넘어 규범 경쟁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 규제와 표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본도 국제 규범 형성 과정에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보 수집과 협력 강화가 실제 국제 규범 주도권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AI 규범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외교 현장에서 실질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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