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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살라는 싸우고 요리스는 쫓겨났는데... 유럽이 놀라고, 살라가 배워야 할 손흥민의 이별 품격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4:35

수정 2025.12.14 14:35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의 손흥민이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의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의 손흥민이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의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축구 선수의 가치는 그라운드 위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그 선수의 '품격'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뒷모습에서 결정된다. 10년간 정들었던 토트넘을 떠나며 손흥민(33·LA FC)이 보여준 마지막 모습은, 왜 그가 단순한 스타를 넘어 '레전드'로 칭송받는지를 증명하는 완벽한 마침표였다.

최근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를 통해 뒤늦게 공개된 손흥민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월, 런던을 떠나던 날 손흥민은 자신을 10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한국 취재진을 잊지 않고 챙겼다.



취재진이 "흥민 씨,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손흥민은 오히려 "10년 동안 너무 고생하셨다. 계속 런던에 계시는 거냐"며 기자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이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무것도 아닌 저를 인터뷰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아닌 저'라는 표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슈퍼스타의 입에서 나오기엔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진심 어린 한마디는 그 어떤 화려한 은퇴사보다 묵직한 울림을 줬다.

손흥민의 이런 '아름다운 이별'은 최근 유럽 축구계의 씁쓸한 풍경과 대비되어 더욱 빛이 난다.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과정에서 10년간 함께해 온 취재진과 나눈 따뜻한 대화가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뉴시스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과정에서 10년간 함께해 온 취재진과 나눈 따뜻한 대화가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뉴시스

토트넘의 또 다른 전설이자 캡틴이었던 위고 요리스는 말년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팬들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씁쓸하게 팀을 떠났다. 리버풀의 '킹'으로 불리는 모하메드 살라 역시 최근 여러가지 문제로 구단과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인터뷰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남겼더라도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그 빛은 바래기 마련이다. 떠나는 순간 섭섭함이 없을 리 없고, 구단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흥민은 지난 10년간 토트넘에서 수많은 골을 넣었다. 하지만 훗날 사람들이 기억할 것은 그의 득점 기록뿐만이 아닐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향해 진심을 다했던 그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떠나는 순간까지 품격을 잃지 않았던 그 '태도'야말로 손흥민이 남긴 진정한 유산이다.

실력은 1등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인성과 품격에서만큼은 손흥민이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1등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