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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사장 "직원도 모르는 책갈피달러 수법, 온세상 알려져 걱정"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5:50

수정 2025.12.14 16:10

이 대통령 '공개질타' 후 페이스북에 해명글
이재명 대통령,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이 사장은 14일 SNS를 통해 "지난 금요일 이후 주말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이 대통령님의 저에 대한 힐난을 지켜보신 지인들에게는 아마도 '그만 나오라'는 의도로 읽힌 듯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천공항에는 세계 최고의 항공 전문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금요일의 소란으로 국민께 인천공항이 무능한 집으로 오인될까 싶어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사장은 “금요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님으로부터 ‘써준 것만 읽는다’, ‘임기가 언제까지냐?’, ‘업무 파악도 못 한다’는 등의 힐난을 당한 것은 두 가지”라고 짚었다.

이 사장은 "(당시 이 대통령의) '외화 밀반출과 관련해 책갈피에 숨긴 100달러짜리 여러 장을 발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당황했으며 실제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고, 인천공항공사의 업무는 칼, 송곳, 총기류, 라이터, 액체류 등 위해품목 검색"이라고 설명하며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인천공항공사 직원들도 보안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님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세관과 좋은 방안이 있는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입찰에 대해서는 "대통령님은 후르가다 공항의 수요, 전망 등을 질문하셨는데 저는 구체적인 답변을 못 드리고 공항 입찰이 나올 것을 대비해 입찰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님은 모든 것을 알고 싶으셨겠지만 아직 입찰도 안 나온 사업에 대해 수요 조사 등을 할 수 없는 사항이고, 저도 아직 보고를 못 받았다"고 언급하며 "입찰 공고가 나오는 대로 예산을 투입해 수요 전망을 비롯해 입찰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타당성이 있다면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사장이 '걱정'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이러한 수법들이 있다는 점을 공개하고, 담당 기관이 이를 막겠다고 밝힌 것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에게 “참 말이 기시다. 가능하냐, 하지 않냐를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느냐”며 지적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1만 달러를 해외로 갖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외국으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질의했다.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을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거듭 질문하며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결국 이 사장은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세관과의 대응 방안 협의를 지시했으나 이 사장이 즉각 답변하지 않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고 물으며 임명 시기와 임기를 확인했다. 이어 "(임기가) 내년까지냐. (임명된 지)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사장에 대한 질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부문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해당 사업의 진척도에 대한 질문에 이 사장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자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됐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 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며, 윤석열 정부 시기인 지난 2023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