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AI 기본법' 시행에 표시의무 대상 완화 목소리
규제리스크 큰데 입법예고 기간 짧아 졸속 우려
규제리스크 큰데 입법예고 기간 짧아 졸속 우려
인공지능(AI) 기술 진흥과 규제를 적용하게 될 'AI 기본법'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는 너무나 짧은 법 대응 준비 기간과 광범위한 AI 생성물 표시 의무가 기업 규제 리스크를 키우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업계 우려 큰데 입법예고 40일
1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2일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대해 이같은 업계 의견이 담긴 의견서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됐다. 우리나라가 AI법을 만든 것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지만 사실상 AI 관련법을 시행하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 EU는 내년 8월부터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의 상당 부분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2일 AI기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의견수렴을 통해 AI 산업 발전과 안전·신뢰 기반 조성이라는 입법취지를 시행령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행 전에 하위 법령 및 가이드라인 제정도 완료한다. 정부는 당초 3개월 전 입법예고할 예정이었으나 지연돼 입법 예고 기간이 40일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보다 먼저 법을 제정한 EU도 AI 규제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명확하지 않은 제도를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추진해 혼란을 초래하고 AI 기업의 규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하위 법령 및 가이드라인 내용 확정부터 법률 시행까지 예상 준비 기간이 채 1개월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더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국내 AI 스타트업 101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98%가 사실상 AI기본법 시행에 대비한 실질적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AI 표시의무규제 강화하면 역효과"
정부는 AI 기본법의 과태료 유예 기한 최소 1년 이을 둬서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소 AI 사업자들은 실질적으로 전면 시행과 부담이 다를 바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률 시행일부터 신고와 민원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비밀 유지가 민감한 신기술에 대해 관련 사업장 현장 조사·서류 제출 등 규제 부담은 여전하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AI 생성물에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표시를 적용해 AI로 제작했음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표시 의무 규제를 강화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각 산업별로 다양한 생성형 AI가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채색 보조나 화질 향상 등 보조적 기능을 AI로 사용한 경우에도 표시 의무를 적용하게 되면 사회적 규제 준수 비용이 불필요하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딥페이크나 성범죄, 가짜 정치뉴스 등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 부작용 우려가 없는 경우에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가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여지가 없는데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면 'AI로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표시 의무 적용 제외 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불확실성과 불필요한 규제를 명확하게 제거해 K-콘텐츠 산업 현장에서 혼란 방지와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생성형 AI가 보조적 도구로 사용되거나, 유해 목적이 아닌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은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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