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480원까지 위협하자 외환당국이 휴일에 긴급 회동을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최근 외환시장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위험 회피)를 가동했음에도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오후 4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통상적인 점검 회의와 달리 일요일 오후에 긴급 소집됐다. 회의에는 구 부총리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재무·통화 당국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에서는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관계 부처에서는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과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복지부와 산업부까지 논의 테이블에 참여한 것은 외환시장의 핵심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복지부 산하)'의 해외 투자분과 '수출업체(산업부 소관)'의 달러 보유분까지 포괄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분석된다.
참석자들은 최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정밀 점검하고,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대응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휴일 긴급 회의를 소집한 배경에는 심상치 않은 환율 움직임이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간 거래 종가는 1473.7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는 장중 한때 1479.9원까지 치솟으며 1480원 선을 위협했다. 이날 야간 거래 종가는 1477.0원으로 마감해 지난 4월 8일(147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를 전격 발동했지만, 달러·원 환율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초 발동 기준선을 1480원 선으로 예상했으나, 당국은 1473원 안팎에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환헤지는 국민연금이 2015년 상시 환헤지를 중단한 뒤 2022년 재도입한 제도로, 환율이 정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해외 자산의 5~10% 범위에서 선물환을 매도해 환율을 고정하는 강력한 시장 안정 수단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0월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1월부터는 줄곧 1450원 위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홀로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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