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큰손들 연일 ‘해싯 때리기’
반발 의식한 트럼프 "1순위 워시"
해싯·워시 ‘두 케빈 2파전’ 전망
내년 금리 질문엔 "1% 이하" 강조
반발 의식한 트럼프 "1순위 워시"
해싯·워시 ‘두 케빈 2파전’ 전망
내년 금리 질문엔 "1% 이하"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요 선거에서 연속적인 패배로 휘청거리면서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후보 1순위가 돌연 바뀌었다. 트럼프가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월가의 큰 손들의 반발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후보 1순위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케빈 해싯이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안팎의 반발 속에서 트럼프가 일단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두 케빈' 모두 훌륭하다면서도 면접 뒤 해싯이 아닌 워시로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
월가의 큰 손들은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에 취임할 경우 금융 시장이 흔들릴 것으로 보고 해싯 때리기를 해 오면서 워시를 밀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워시에 대해 "그의 연준 관련 저술과 견해에 동의한다"고 호감을 표시했다. 다이먼은 그동안 "연준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트럼프 정책을 거의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인식이 강한 해싯이 아닌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면 연준 독립성 붕괴를 걱정하던 우려도 완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심중은 여전히 해싯
다만 제롬 파월 의장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가 자신의 말에 토를 달지 않을 인물을 최종 낙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해싯과 워시 간 2파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일보 후퇴했지만 여전히 해싯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트럼프는 이날 두 케빈이 모두 훌륭하며, 그 외 다른 여러 후보들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워시 역시 후보로서 탄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10일 워시와 45분 동안 이어진 백악관 면접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 워시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트럼프도 이를 확인했다. 트럼프는 "그 역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면서 "면접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WSJ에 차기 연준 의장은 금리를 결정할 때 대통령과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대로 그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그리고 나는 스마트한 생각을 갖고 있고,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금리 더 내려야"
트럼프는 1년 뒤 연준 정책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1%, 아마도 그 이하"가 적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금리가 낮아지면 30조달러에 이르는 연방정부 부채 부담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가 연준 의장 후보 1순위라고 말한 워시는 월스트리트 금융 전문가 출신으로 2002~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을 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35세였던 워시를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워시는 그 덕에 최연소 연준 이사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2011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인 2017년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앉힐 생각도 했지만 결국 제롬 파월 의장을 낙점했다. 파월 의장의 연준 의장 임기는 내년 5월 끝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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