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권 TF 꾸려 업종별 시나리오 검증… 디지털자산 대응력 강화 [스테이블코인 시대 열린다]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8:20

수정 2025.12.14 18:20

(3) 제도화 앞두고 금융지주 잰걸음
지주사 주도 그룹 영향도 분석
국제송금·PoC 등 글로벌 협력
기술·인적 역량 강화방안 모색
금융지주사들 최종법안에 촉각
은행권 TF 꾸려 업종별 시나리오 검증… 디지털자산 대응력 강화 [스테이블코인 시대 열린다]

내년 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이 잰걸음에 나섰다. 지주사가 주도하는 테스크포스(TF) 가동은 물론 제도화 이전에 가능한 개념 검증(Poc)과 제휴·협력 업체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것이다.

당장 제도가 도입됐을 때 지급·결제 시장의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엇갈린 전망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미리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제도 설계에 따라 은행업과 증권업 혹은 카드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대응 TF들은 국회에서 막판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최종안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가상자산 대응 협의체'를 구성한 KB금융그룹은 협의체 내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상설조직으로 전환해 대응력을 강화했다. 금융당국이 제도 추진을 가속화하는 상황에 발맞춘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입법안들의 방향성을 반영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 준비도 마쳤다.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국가 간 송금과 관련해서는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 및 기술업체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SWIFT와의 협업 논의를 위한 미팅을 진행했고, 향후 SWIFT 인프라를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국제송금 실험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법제화를 앞두고 디지털자산 TF를 중심으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제도화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도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한편 다양한 영역의 사업구상, PoC 검토, 향후 컨소시엄 구성 시 전략적 파트너십 및 인적·기술 역량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Circle)·테더(Tether) 등과 접촉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공동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서클이나 테더 같은 회사들의 국내 진출 목적으로 그들이 제공한 API 기반 PoC 정도 해본 수준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나금융그룹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제도적·사업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업 참여에 따른 필수 인프라 등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국가 간 지급결제, 해외송금 등 금융 서비스의 새로운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근거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핀테크 기업 대비 안정적 금융기관으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안전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준비금을 관리하는 한편 실생활 연계를 위한 유통망(사용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디지털자산 사업 전반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사 유관부서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TF는 그룹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산하 계열사 협의체를 통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인 NH농협은행은 은행권 협의체를 주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싱가포르를 관광한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를 환급하는 데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사전 검증을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아발란체의 블록체인과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정산을 맡는 중개은행 역을 맡을 계획이다.

A은행 최고경영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기존 은행의 비이자수익원 중 하나였던 외환 서비스 관련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5만원권의 도입, 신용카드 활성화로 수표 사용이 급감할 때 은행은 관련 수익이 줄었지만 신용카드 등 지급결제 관련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했다. 결국 미리 준비하는 은행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은행업·증권업·여신전문업 등 다양한 업종에 끼치는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본다.
은행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에 따른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장에 금융소비자가 은행 예금이 아닌,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보유할 경우 그만큼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조달비용이 상승한다.
이는 은행의 실적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