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할당때 과거 경매가를 참조
'동일 대역에 다른 대가' 우려
정부 "제도 개선 필요성 검토"
정부가 3세대(G)·4세대(LTE)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최종 확정했지만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할당 때도 과거 경매가를 참조하는 것은 사업자마다 동일 대역을 이용함에도 다른 대가를 지불하거나, 한번 비싸게 주고 산 주파수 가격이 10년 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등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추후 있을 LTE 재할당, 나아가 5G·6G 재할당 때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현재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둔 산정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일 대역에 다른 대가' 우려
정부 "제도 개선 필요성 검토"
■"한국 OECD 포함 22개국 대비 재할당 평균가격 높아"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G·LTE 이동통신 재할당 대가를 약 3조1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2021년 할당 당시 경매가(약 3조6000억원)를 참조하되 5G 단독모드(SA) 도입을 조건으로 약 15% 할인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일 최종 확정 브리핑에서 "과거 경매가를 참조해왔던 정부 기조와 전파법을 따르고 5G SA 도입이 의무화되면 LTE 경제적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해 15% 하락분을 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산정방식 없는 경매가 고수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여러 의견을 듣고 제도개선 필요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한국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여전히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통신사들로선 재할당 상황에서 면허를 연장하거나 갱신하는 등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국내 재할당 대가가 경영상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인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의 '모바일 주파수 재할당 가격수준 비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주파수 재할당 평균가격은 호주, 스페인,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포함 22개국의 주파수 재할당 평균가격보다 약 63% 높다.
■호주, 주요 30개국 가격 벤치마킹
해외에서는 경영 불확실성 해소와 망 투자를 위해 대폭 할인·무상 갱신 등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올해 과거 경매가와의 시차를 반영해 일부 대역 연간 면허료를 26% 인하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호주는 주요 30개국이 동일 대역에 대해 매기는 가격을 비교·벤치마킹해 69종 주파수 면허 갱신가격을 기존보다 40% 낮춰 책정했다. 스페인은 모든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 사용허가를 10년간 무상 갱신하고 있다. 미국도 연방통신위원회(FCC) 규정 등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 별도 대가 없이 주파수 면허 갱신을 해준다.
전문가들도 줄어드는 LTE 경제적 가치를 반영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LTE 가입자가 지난 2021년 12월 4829만명에서 올해 9월 1928만명으로 감소한 것을 반영, 내년 재할당을 앞둔 LTE 주파수 가치를 2조4819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전파법에는 예상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과거 경매가를 고려하는 것이 가능하게 돼 있는데, 정부는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며 "예상 매출액 등을 '원칙'으로 반영하고 경매가를 예외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원칙과 예외조항을 법에 명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정보통신정책학회장(동국대학교 교수)은 "(이번 결정은) 5G 선도국가를 내세우면서 LTE에 여전히 강조점을 두는 행보 같다"며 "정부가 미래 주파수 정책에 방점을 둘 것이라면 재할당하는 주파수 대가에 줄어드는 경제적 가치를 반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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