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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 결심했다가 전력·부지·노동비에 놀라 발길 돌린다 [국내 복귀 꺼리는 기업]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8:24

수정 2025.12.14 18:24

관세 피해기업 유턴 요건 완화
내년 상반기 지원 추가 대책
전문가 "세제·투자 인센티브
범부처 원스톱 지원체계 필요"
유턴 결심했다가 전력·부지·노동비에 놀라 발길 돌린다 [국내 복귀 꺼리는 기업]

미국의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각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도 국내 공급망을 지켜내기 위한 대응전에 나섰다. 미국 관세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유턴기업 요건을 완화하고, 관세 부담을 이유로 국내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문턱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유턴기업 활성화를 위한 종합 보완책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유치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인 국내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관세 피해기업에 대한 국내복귀 지원 특례를 구체화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급감한 기업이 국내에 생산기지를 신증설할 경우 해외사업장을 축소하지 않더라도 유턴기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해외 법인·사업장의 매출 가운데 미국 수출비중이 20% 이상이면서 관세 부과 영향으로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한 기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완전한 철수 후 복귀'가 아닌, 해외 생산기지를 유지하면서도 국내투자를 병행하는 형태의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고시 개정과 함께 유턴기업 우대지역도 확대됐다. 산업부는 기존 산업위기대응지역에 더해 기회발전특구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을 우대지역으로 포함하고,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유턴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비율을 상향했다. 보조금 지원한도 기준도 기존 사업장당 국비 300억원에서 국내복귀 선정 건당 국비 300억원으로 변경, 추가 유턴에 대한 지원 여지도 넓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적정한 투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치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제도개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 대상 설명회와 홍보를 이어가며 현장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기업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내년 상반기 중 유턴기업 지원대책을 추가로 보완할 계획이다. 관세 리스크가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국내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유턴기업 확대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쇼어링을 추진하더라도 인건비와 노동규제 등 구조적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기존 지원사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산재해 '정착'을 뒷받침할 실질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리쇼어링을 가로막는 현실적 요인으로는 전력비·부지비·노동비의 이른바 '3중고(高)'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을 단순한 공장 이전이 아니라 기술·부품·숙련 인력·금융·인프라가 함께 복귀하는 산업 생태계 회복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 보조금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전력요금과 입지규제, 노동시장 등 구조적 비용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세제·투자 인센티브와 범부처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진출 기업 다수가 현지 시장 공략을 목적으로 나간 만큼, 실제로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기업 수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유턴기업에 한정하기보다는 국내투자를 확대하고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 전반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성훈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해외 직접투자는 현지 시장 공략 목적이 강해 단순 보조금만으로는 복귀를 유도하기 어렵다"며 "유턴기업이라는 틀에 매달리기보다 국내투자를 확대하고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 전반을 포괄하는 인센티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