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稅혜택에 10·15규제도 피해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전세사기 빌라 물건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 물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며 아파트를 사기 힘들어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고 HUG가 보증금 잔액을 요구하지 않는 빌라에 수요가 대거 몰리는 모양새다.
■"잔액청구 없다"는 이 제도, 인기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HUG 인수조건변경부 빌라 경매에 참여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수조건변경부 경매란 HUG가 배당금으로 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지 못해도 매수인에게 잔액을 청구하지 않고 임차권등기 말소를 확약해주는 제도다.
HUG는 악성채권을 떨어낼 수 있고, 매수인은 보증금 잔액을 물어줄 의무가 없어 사실상 '윈윈'인 셈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잘 찾아보면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는 물건들도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지역 빌라 물건도 나와 매수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 부동산경매 전문 플랫폼 옥션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시에 나온 빌라 경매 건수는 1800여건, 이 가운데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물건은 700여건이다.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관련 물건으로 구성된 것이다. 가장 최근인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관련 경매에도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이날 경매는 통상적인 종료 시간 오후 1시를 넘겨 오후 3시까지 진행됐다.
■규제 피해 전세사기 물건 산다
이처럼 전세사기 물건에 매수자들의 수요가 쏠리는 이유는 10·15 대책으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고 규제가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15 대책은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점이 핵심이다. 해당 지역 아파트 매매자는 취득일로부터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반면 빌라는 토허제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매수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아파트와 달리 실거주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상당수 전세사기 빌라 금액이 1억~3억원 전후 소액이라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지역 인근 전세사기 물건은 '없어서 못 산다'는 분위기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전,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전 그 지역 빌라를 매수하면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인수조건변경이 붙은 빌라는 잔액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어 낙찰가가 오히려 감정가를 웃도는 경우도 나온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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