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공급망 리스크에도… 韓 ‘유턴기업’ 11곳뿐 [국내 복귀 꺼리는 기업]

박지영 기자,

이병철 기자,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8:28

수정 2025.12.14 18:28

관세 등으로 해외생산 재편 불구
2021년 이후 감소세 더 가팔라져
복귀선언 이후 취소도 ‘역대 최다’
美·日 리쇼어링 강화로 유턴 유도
공급망 리스크에도… 韓 ‘유턴기업’ 11곳뿐 [국내 복귀 꺼리는 기업]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욕·도쿄=박지영 기자 이병철 서혜진 특파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유턴기업은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미 관세 리스크로 해외 생산기지 재편을 검토하는 기업은 늘고 있지만, 국내 복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제조 공급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유턴기업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4일 산업통상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국내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11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유턴기업이 20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전년 대비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25곳이었던 유턴기업 선정 수는 이후 몇 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복귀를 선언했던 유턴기업이 실제 투자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폐업해 지원 신청이 취소된 사례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올해 3·4분기 기준 유턴기업 선정이 취소된 기업은 모두 14곳으로, 매년 한자릿수에 머물던 취소 건수가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취소된 기업들의 투자계획 규모는 965억5000만원, 고용계획은 654명으로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공급망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국내 복귀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실행 단계에서는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관세정책 강화와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전략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으로의 생산기지 복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인건비 부담과 규제, 투자여건 등을 이유로 "해외 생산기지를 조정하더라도 국내 복귀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리쇼어링을 통해 자국 중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와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자료를 토대로 비주얼 캐피털리스트가 정리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리쇼어링 총액은 2023년 933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조7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일본 역시 정책 방향을 조정하며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연간 470여개 기업이 리쇼어링을 결정했던 일본은 금융위기 이후 연 600~700개 기업으로 규모를 키웠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단기 보조금 중심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세액공제 중심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며 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유치가 단순한 기업 지원정책을 넘어 국가 차원의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관세·안보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될 경우 향후 관세충격이나 수출규제 발생 시 대응여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핵심 부품·소재와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비중이 낮아질수록 공급망 리스크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abe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