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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작가 "모두가 자기 모습 그대로 나의 '빨간 사과'를 얻게 되는거죠"

뉴시스

입력 2025.12.14 18:30

수정 2025.12.14 18:30

14일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대담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진주·이가희 작가 伊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대상작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14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3홀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담 '닻을 올리고 항해를 떠나는 여정'에 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의 이가희·진주 작가가 참석했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14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3홀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담 '닻을 올리고 항해를 떠나는 여정'에 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의 이가희·진주 작가가 참석했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책을 만들 때 가장 유념했던 것은 다 '지구'의 선택이었다는 거예요. 희생이 아닌 그게 기질인 거죠. '지호'는 목표가 크게 보이고 (여기에) 달려가는 아이인거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를 희생해서 남을 도운 친구가 더 많은 사과를 얻는다가 아니라, 모두가 자기 모습 그대로 나의 '빨간 사과'를 얻게 된다는 겁니다."

14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3홀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담 '닻을 올리고 항해를 떠나는 여정'에서 그림사진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의 진주 작가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지난 2월 한국 최초로 '아동도서 노벨상'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대상을 받은 책이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이 책은 진 작가가 글을, 그림과 사진은 이가희 작가가 맡았다. 책에는 이 작가의 자녀 형제 지구와 지호가 등장한다.



형제는 사과나무에 빨간 사과가 열리기를 몹시 기다린다. 그렇게 고대하던 나무에 마침내 사과가 열리지만 형 지구는 주변의 부탁을 들어주며 동생 지호에게 사과를 내준다. 대신 지구는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로부터 사과를 받게 되며 훈훈하게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두 작가는 책의 작업과정을 독자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은 진 작가로부터 시작됐다. 그림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림사진책으로 구성한 것도 그의 경험이 반영됐다.

"제 아버지가 사랑이 많고 자상한 분이세요. 특히 가족앨범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어느 날 앨범을 보니까 아빠 품에 안긴 제 사진과 할아버지가 된 아빠가 저와 제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셨더라고요. 사진이 어찌 보면 평범한데 저한테는 그 순간이 환상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때 든 생각이 '어떤 사진은 그림보다 더 그림같다'였어요."

또 철거되는 한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그림책 프로젝트 진행 중 매일 조금씩 사라지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서울=뉴시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볼로냐 라가치상의 오페라 프리마 부문 수상 공식 이미지(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2025.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볼로냐 라가치상의 오페라 프리마 부문 수상 공식 이미지(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2025.0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 날 진 작가는 이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형제의 사진을 봤고, 써둔 원고의 적임자라 생각해 협업을 요청했다. 이 작가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이들은 경남 사천으로 내려가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작가는 이 작품이 그림책 데뷔작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아 예고를 졸업하고, 예대에서 순수미술을 수학해 그래픽 디자인 직무,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쳐왔지만 그림책 작업은 처음이었다.

이 작가는 "책을 작업하며 아이들과 가족, 협업자와 함께 한 장면을 만들어 갔을 때 과거 프로젝트 과정에서 (제가) 즐겼던 모습이 닮아서 (그때의 기억이) 계속 생각났다"고 했다.

책 속 사진들은 필름카메라로 촬영됐다. 질감이 비교적 거친 필름카메라의 사진이 우리나라 시골풍경과 더 어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사진에 환상성을 부여하기 위해 색종이로 만든 구조물을 직접 공간에 설치해 촬영을 진행했다.

진 작가는 "사진은 아무래도 현실감이 있으니 상상의 세계로 연결하기 위해 평면의 색종이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책 속 글은 다양한 글씨체로 표현됐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 "그림이랑 글이 한 곳에 있는 구조가 돋보이는 그림책에 더 다양하고, 그림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며 의도를 전했다.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14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3홀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담 '닻을 올리고 항해를 떠나는 여정'에 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의 이가희·진주 작가가 참석했다. 대담 이후 어린이 독자를 만나 사인회를 진행했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14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3홀에서 열린 2025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담 '닻을 올리고 항해를 떠나는 여정'에 책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의 이가희·진주 작가가 참석했다. 대담 이후 어린이 독자를 만나 사인회를 진행했다. 2025.12.14. excuseme@newsis.com

이날 대담에서 한 독자가 많은 과일 중 사과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진 작가는 "인류 역사 속에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닌 여러 상징을 포함한다"며 "'아담과 하와'에서 선악과, 백설공주의 사과 등 많은 작품에서 사과가 나왔다. 독자 각자가 나만의 사과를 다양하게 해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두 작가는 한 차례 더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책에도 과일, 이 작가의 자녀가 등장한다. 지호가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며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호는 목표한 것을 향해 달려가는 친구잖아요. 앞만 보고 달리는 기질의 아이를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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