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서울판 ‘車 없는 아침’… 교통혼잡 해결 시험대로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8:40

수정 2025.12.14 21:09

내년 봄 보행자에 개방 시범사업
기존 운동사업과 시너지 기대
市, 시민불편 최소화 방안 고민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자유민주 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5 자유민주 마라톤'에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뉴스1

내년 봄 서울 도심 도로가 시범적으로 보행자에 개방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시행하는 '카프리 모닝'과 유사하게, 도로 일부를 일정 시간 동안 통제해 산책, 러닝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마라톤 행사 등에 더해 교통혼잡을 키울 요인이 늘어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서울에서도 달리기 인구가 늘고 있다"며 "내년 봄철께 시범사업을 거쳐 도심 속 달리기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는 '손목닥터9988'과 같이 시민들의 운동 참여 유도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카프리 모닝'이 정착되면 각 자치구별 인증센터를 찾아가야 했던 체력인증도 개방구간에 팝업 등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평소에는 차량만 다니던 곳을 일상적으로 시민이 누리실 수 있는 운동 공간으로 생각을 한번 해봄 직하다"며 "운동하러 와서 체력도 측정하고 동일한 건강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가 훨씬 더 용이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미 서울 도로가 기존의 행사만으로 높은 수준의 교통 혼잡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범사업 예상시기로 점쳐지는 3~5월은 서울 도심의 교통 정체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서울 시내 마라톤·걷기대회 등 대규모 행사 다수 역시 매년 3~5월에 집중적으로 열린다. 매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4~5월께 서울하프마라톤이 열리고, 자치구별로 개최하는 걷기·러닝행사 역시 줄지어 대기 중이다.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TOPIS)은 매년 행사마다 버스 우회로 인한 배차 불안정을 경고해왔다. 특히 마라톤 등 도로 전면통제 행사 이외에도 도로 일부를 점거하는 시위·집회 역시 주요 경고 대상이다. 대규모 시위·집회가 빈번했던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는 "토요일 광화문 일대 집회로 도심 정체가 평소의 1.8배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는 "차로를 반 정도만 열어 대중교통 차단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교통으로 인한 시민 불편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심 도로를 시민에 개방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며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최대한 시민의 참여율과 호응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교통 혼잡 우려에 대해서는 "구간이 짧은데다 교통량이 적은 주말 아침 시간대로 한정한다면 기존 행사 수준의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서울 도로는 방사형 구조로 대부분이 도심을 거치도록 설계된 구조"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 확보 방안과 최적 구간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