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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브릭스… 트럼프 없는 곳에서 시진핑 존재감 극대화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4 18:53

수정 2025.12.14 18:52

시진핑, 미국식 일방주의 강하게 비판
다자 플랫폼 기반 영향력 확대 가속도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설파
일대일로·브릭스… 트럼프 없는 곳에서 시진핑 존재감 극대화

미국이 경주APEC본회의(10월 31일)·COP30(현지시간 11월 10일~21일)·G20(11월22일~24일)에 연이어 불참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사이, 중국이 다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앞세우는 축은 일대일로(BRI), 브릭스(BRICS)·신개발은행(NDB),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크게 세 개다. 인프라·금융·안보 등을 포괄한 이 구조는 사실상 '대체 질서'의 기초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BRI, 인프라 재가동 '파트너' 이미지 재정립

2013년 출범한 일대일로(BRI)는 인프라·무역 협력을 결합한 중국의 글로벌 경제협력 프레임워크다. 지난달 28일 케냐가 중국 국영기업과 함께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 고속도로 확장 사업을 착공하며, 주춤하던 아프리카 투자가 재가동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과도한 대출 중심 모델이 차입국을 상환 압박에 몰아넣는다는 '부채 함정' 비판을 의식해, 부채·지분투자를 섞어 리스크를 나누는 구조로 설계됐다. 중국은 이를 통해 '채권국이 아닌 실용적 파트너' 이미지를 재구축하려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BRICS·NDB, 서방 금융 질서의 '대안 생태계'

중국은 경제·금융 영역에서는 브릭스(BRICS)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앞서 7월에도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개발 자금 수요에 대응해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을 기반으로 하는 다자간 보증기구(BMG) 기술 검토를 주도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은 NDB 중심으로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새로운 자금조달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에 더해, 브릭스 국가들을 핵심축으로 한 위안화 국제화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10월 26일 미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무역에서 위안화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해당 외신은 "인민은행이 최근 몇 년간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언급할 때마다 '신중하고 꾸준한'이란 수식어구를 붙여왔지만 이번에는 삭제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서 위안화 역할이 커지는 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SCO, 中의 글로벌 거버넌스 무대

상하이협력기구(SCO) 역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플랫폼이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4개국 등 6개국으로 출범한 이후 인도·파키스탄·이란·벨라루스까지 참여하며 유라시아 광역 협의체로 확장됐다.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SCO 개회사 및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고, 제2차 세계대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장려하며, 냉전적 사고, 블록 대립 및 강압적 행위를 반대한다"면서 미국식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 체제를 지켜야 한다"며 "동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화된 세계를 제창한다"고 호소하면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종합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美 부재 메우며 '실용적 파트너' 서사 구축

세 플랫폼의 공통점은 미국이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할 축소와 중국의 다자 플랫폼 확대가 단일패권 체제를 약화시키고, 다극화·블록화를 동시에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란세스코 라 카메라 국제재생에너지(INERA) 사무총장은 "물은 공간이 있는 곳으로 흐르고, 외교도 마찬가지"라며 주요 다자 무대에서의 공백이 외교적 영향력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