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이지만 상위 10개 운용사 말고는 손가락만 빠는 곳도 많아요."
코스피지수 4000. 숫자만 보면 올 한 해 증권업계는 내내 잔칫날이었다.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뉴스 헤드라인은 '훈풍'과 '랠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시장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만난 공모펀드 운용사 임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건넨 말 한마디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내 증시 거래가 늘고 지수가 치솟는 국면에서 가장 먼저 체감온도가 갈린 곳은 증권사다.
자금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 간극은 운용업계에서도 반복된다. 올해 증시 불장에 투자자 자금은 역대급으로 유입됐지만, 대부분은 대형 운용사가 굴리는 상장지수펀드(ETF)로 향했다. 투자 방법이 간편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찾는 ETF만 각광을 받으면서 전통적 공모펀드의 존재감은 더욱 옅어졌다. 이제라도 ETF를 내려고 해도 대형 운용사 대비 자본·인력 여력이 부족해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형·중소형사 간 온도 차이는 최근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3·4분기 자산운용사 영업실적을 보면 전체 운용사 순이익의 80%를 순자산 상위 30곳이 가져갔다. 국내 운용사가 500곳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운용사는 사실상 적자를 감내한 셈이다. 겉으로는 자금 유입과 지수 상승으로 화려한 나날을 보낸 듯 보이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가까웠다.
물론 정부 정책과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역사적 신고가를 돌파한 것은 업계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반길 일이다. 다만 증시 불장에 따른 직접적 수혜는 일부에만 그 온기가 전해진 모습이다. 시장이 잘못 가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수 하나로 '건강한 시장'임을 설명하기엔 간극이 여전히 크다. 코스피 4000은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이지만, 그 이면의 온도차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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