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잔액 40조 넘어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강화를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강화를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마통) 잔액이 4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최대치에 해당한다. 특히 12월 들어서만 6745억원이 늘어 11월 증가 속도의 3배에 달한다. 마통은 일반적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 활용하는 금융수단이다. 그런데 마통 잔액 규모가 커진 데다 그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건 국내 돈 흐름에 이상징후가 있다는 점을 대변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느냐다. 일단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틀어쥐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마통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택뿐 아니라 주식, 금, 비트코인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마통으로 쏠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통으로 돈을 마련해 고위험 투자에 나선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투자행태인가. 급하게 필요한 생활자금을 넘어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빚으로 메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시장이 요동치면 수익률 하락에 이어 가계 재무건전성까지 악화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차입 수요가 마통으로 쏠리는 '풍선 효과'도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가계대출 규제는 분명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한쪽 수도꼭지를 틀어막으면 물은 다른 곳으로 흐른다. 주담대를 막으면 마통으로, 마통을 막으면 또 다른 우회로를 찾는 식이다. 더욱이 마통은 담보가 없는 특성상 금리가 높고 상환 압박도 크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즉각 가계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빚내서라도 투자로 자산을 키우겠다는 사회적 인식이 마통 수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좌절감, 자산 가격 상승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조급함이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 40조원이 넘는 마통 잔액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빚으로 버티는 가계, 투기로 내몰리는 서민의 모습을 마통 잔액이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부채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주담대에서 마통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타는 풍선효과는 단순히 대출 형태의 변화로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건전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관리는 더욱 절박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 자산버블 붕괴, 중국 경기침체, 각국 정부 부채 급증, 팬데믹 재현 등 5대 체계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시장 버블 붕괴 가능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내년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가계부채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악성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대외 경제충격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강화될수록 경제 전체의 충격 흡수능력도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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