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분석이 나왔다. 대(對)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기준에는 해당했지만, 외환시장 개입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차 지정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글로벌 IB ING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재무부 외환 보고서 전망’에서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 재무부는 반기마다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평가한다. 지난 6월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독일·대만 등 9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으며, 한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보고서는 당초 11월 발표 예정이었으나,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 15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의 2% 이상 규모의 달러 순매수가 8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한국, 환율조작국은 피할 듯…관찰대상국 재지정 유력
ING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멕시코, 베트남, 태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교역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순외환매수 규모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520억 달러, 경상수지는 GDP 대비 5.8%로 두 가지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순외환매수는 GDP 대비 -0.4%로 순매도를 기록했고, 최근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외환 순매수가 지속된 사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베트남, 대만, 독일, 일본, 태국 등이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프란체스코 페솔레 ING 외환전문가는 "한국, 중국, 독일, 아일랜드 등 어떤 국가도 환율 관찰대상국 목록에서 제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를 넘어 첫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환율 협상, 환율조작국 우려 낮추고 개입 투명성 강화
ING는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이 지난 9월 합의한 환율정책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환율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이지만, 정성적 평가 측면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강조해온 거시건전성 조치나 정부 투자기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한 평가는 이번 환율정책 합의로 인해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국은 효과적인 국제수지 조정을 저해하거나 부당한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거시건전성 조치를 명분으로 한 환율 개입 △연기금 등 정부 투자기관을 활용한 시장 개입 △원화 강세 시에만 개입하는 비대칭적 개입 등 환율 조작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우리 정부는 현재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앞으로는 매달 미국 재무부에 비공개로 공유하기로 했다.
이처럼 최신 개입 현황을 미국 측과 공유하는 만큼, 미 재무부가 보다 엄격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도 외환시장 개입 내역과 외환보유액을 공개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바 있다.
페솔레는 "미 재무부가 이미 중앙은행들과 매우 직접적인 외환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최신 개입 추정치와 공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향후 무역 협상에서 외환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지를 가늠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지정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관찰대상국은 정량 평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만큼 이번에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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