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오라클에서 브로드컴까지, AI '패닉 셀' 언제까지 지속될까

뉴스1

입력 2025.12.15 07:01

수정 2025.12.15 07:04

해당 기사 - FT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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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브로드컴 일일 주가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지난 주말 브로드컴 일일 주가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의 인물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을 정도로 올해 미국 증시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그런데 지난주 월가의 대표적 AI 주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실적을 발표했으나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브로드컴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전망을 제시했음에도 주가가 11% 이상 폭락하는 등 전형적인 ‘패닉 셀’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동안 급등에 따른 건전한 조정으로 볼 수도 있으나 낙폭이 과대하다. 이같은 AI 주 패닉 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월가의 최대 관심사다.



일단 지난 10일 오라클이 실적을 발표했다.

오라클은 이날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 매출이 160억6000만달러였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 162억1000만달러에 미달한 것이다.

매출이 시장의 예상에 미달하자 다음 날 주가가 10.83% 폭락했다. 오라클이 10% 이상 폭락하자 다른 AI 관련주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연준이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다우와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나스닥은 0.26% 하락했다.

오라클은 폭락할 만했다. 그동안 너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지난 9월 주가가 34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랠리했었다. 이에 따라 래리 엘리슨 창업자가 한때나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세계 1위 부호에 올랐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거품이 빠지면서 9월 고점 대비 45% 폭락했다.

그러나 11일 실적을 발표한 브로드컴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12일 주가가 11% 이상 폭락했다.

11일 실적 발표에서 브로드컴은 지난 분기 매출이 180억2000만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8% 급증한 것은 물론, 시장의 예상(174억9000만달러)도 상회한 것이다.

주당 순익도 1.95달러를 기록, 예상치 1.86달러를 웃돌았다.

이번 분기 전망도 좋았다. 호크 탄 최고경영자는 이번 분기 AI 전용칩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정도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과 전망 모두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자 브로드컴은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4% 정도 급등하는 등 랠리했었다.

그런데 돌연 마진율(총이익률)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투매 현상이 발생, 12일 정규장에서 11.43% 폭락했다.

사실 마진율 하락 폭도 미미했다. 브로드컴은 실적 발표에서 올해 분기 마진율이 76.9%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의 77.9%에서 불과 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투매 현상이 발생, 11% 이상 폭락했다.

브로드컴은 이날 폭락에도 여전히 올 들어 55% 급등한 상태다. 단기적으로 그동안 급등에 따른 건전한 조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낙폭이 과대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월가에서 AI 주에 대한 믿음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사소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닉 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월가에 AI 열풍을 일으켰던 오픈AI가 이제는 월가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정도로 AI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오라클로부터 3000억달러어치 제품을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엔비디아, 코어위브 등 다른 업체와 모두 1조40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 오픈AI의 비용이 너무 치솟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오픈AI의 재무구조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업체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픈AI가 AI의 희망에서 짐이 될 정도로 AI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AI 주의 약세 현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AI 수요가 여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AI 수요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내년 연초로 예정된 실적 발표에서 깜짝 실적을 발표, 여전히 AI 수요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증명,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전까지 당분간 AI 주의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