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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고려아연 美 제련소 건립 추진에 "아연 주권 포기 중단해야"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09:01

수정 2025.12.15 09:02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영풍 제공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영풍 제공

영풍은 고려아연이 미국 남동부에 10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영풍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회사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안건에 대해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는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만들어 추진하며 총 투자금은 약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은 JV가 현지에서 차입하며 미국 국방부, 상무부, 방산 전략기업 등이 약 2조원 규모의 투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영풍은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일 뿐”이라며 “제3자 배정 유사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미국 정부에 내어주는 것은 자금 조달이 주 목적이 아니라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을 방어해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투자하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가 고려아연 주주로 등재되면 고려아연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는 격이어서 고려아연 인수합병(M&A)에 큰 부담이 따른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경제 안보에 중요한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경영권 경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영풍·MBK보다 최 회장 쪽에 쏠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영풍은 “여기에 투자된다는 미국 정부 투자금의 진짜 정체를 밝혀야 한다”며 “현 경영진은 미국 정부가 합작법인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대해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당사는 금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적 실체를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