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 내놨지만…"협상 좌우할 카드 안돼"

뉴스1

입력 2025.12.15 09:32

수정 2025.12.15 09:32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전쟁 전부터 가입 요건 충족이 쉽지 않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 이후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이 약화한 만큼, 이를 양보한다고 밝히는 것이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서방의 안보 보장을 받는 조건이라면 나토 가입 목표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 협상을 위해 유럽 정상들과 미국 특사를 만나러 가는 베를린행 비행기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종전을 중재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해 왔다.



이에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나토 가입을 고집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나, 평화협상 과정에서 나토 가입 포기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아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헌법에까지 명시된 나토 가입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타협안임을 강조,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이나 영토 문제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카토연구소의 저스틴 로건 국방·외교정책 국장은 나토 가입 포기에 대해 "협상에 실질적 영향을 줄 조치는 아니다"라며, 이번 제안은 우크라이나가 '합리적'으로 보이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로건과 플로리다대 앤드루 미츠타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오래전부터 현실적이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서는 쟁점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로건은 미국이 이미 해온 무기 지원이나 대러 제재와 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는 다른 수단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영토 문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은 여전히 어려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는 원칙이 가장 공정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통제하는 지역을 포함해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했던 브렛 브루언은 이번 제안을 "의미 있는 양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실질적인 양보를 거의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젤렌스키가 평화를 위해 상당한 양보를 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문제는 젤렌스키가 국민에게 했던 확고한 약속을 철회한 대가로 무엇을 얻느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공 감시나 침공 시 군사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약속을 그대로 믿기 어렵기 때문에, 말뿐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는 (미국의) 구체적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