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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말기 폐부전 환자 300명에 '새 숨'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0:00

수정 2025.12.15 10:00

전 세계 평균 생존율과 비교해도 앞서는 수치
[파이낸셜뉴스] 서울아산병원이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폐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선물하며 국내 폐이식 치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5일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폐이식 수술 300례를 달성했으며, 중증 환자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장기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의료진이 300번째 폐이식 환자(가운데)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을 축하하며 지난 9일 병원 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의료진이 300번째 폐이식 환자(가운데)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을 축하하며 지난 9일 병원 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지난달 21일 간질성 폐질환으로 호흡부전에 이른 60대 남성 환자에게 뇌사자 폐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300번째 수술을 완수했다.

해당 환자는 수술 이후 중환자 집중관리와 체계적인 호흡 재활 치료를 거쳐 현재 안정적인 회복 경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08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국내에서 폐이식을 시행한 이후,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에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뇌사자 폐이식 299건, 생체 폐이식 1건을 포함해 총 300건의 폐이식을 시행했으며, 2019년 이후에는 연간 30건 이상 꾸준히 수술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술 이후의 생존 성적이다. 전체 환자 가운데 약 66%가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에 의존하던 중증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의 폐이식 생존율은 이식 후 1년 76.5%, 3년 67.9%, 5년 64.2%, 7년 60.5%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가 발표한 전 세계 평균 생존율과 비교해도 5년 이상 장기 생존율에서 앞서는 수치다.

국내 의료기관 평균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폐이식 기관의 평균 생존율은 1년 68.7%, 5년 49.6% 수준으로, 서울아산병원의 성과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폐이식은 장기 기증이 부족하고, 외부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장기의 특성상 감염과 거부반응 위험이 높아 가장 어려운 이식 수술로 꼽힌다.

그럼에도 서울아산병원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학제 협진과 중환자 집중관리 시스템이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를 중심으로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식 후 면역억제제 사용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체계적인 호흡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해 환자들의 장기 생존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300명의 폐이식 환자 중 남성은 64%로 여성보다 많았으며, 연령대는 6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요 원인 질환은 특발성 폐섬유증이 가장 많았고,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만성폐쇄성폐질환, 중증 폐렴, 폐고혈압 등 다양한 질환이 포함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폐이식을 받은 환자도 13명에 달했다.

300번째 수술을 집도한 최세훈 교수는 “과거에는 폐이식의 생존율이 낮았지만, 현재는 환자 5명 중 3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며 “세계적인 폐이식 센터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의료진의 팀워크와 축적된 경험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00번째 폐이식 환자 역시 “의료진 덕분에 가족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